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기류가 심해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 일부를 약국외 판매 의약품으로 정하고, 편의점 등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을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팔기 위해서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등록하고 사고 방지를 위해 종업원을 감독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국민의 편의성 증진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정감사에서 ‘졸속 추진’이라는 뭇매를 맞으면서 오는 10월로 예정된 정기국회 통과여부가 불투명해졌다.
27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야당은 물론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도 반대의 뜻을 표했다.
가장 쟁점으로 부각된 문제는 ‘안전성’이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의약품이 부작용을 일으킬 경우 소비자에게 100% 책임이 전가된다”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복잡한 약사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위반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의약품의 안전성을 중심에 놓고 편의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 의원은 “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국민편의만을 위해 약사법 개정안을 밀어부쳤다”며 “식약청 부작용 보고가 많은 상위 10개 일반의약품이나 미국의 사례,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의 오남용 분석, 10대 약물중독 현황 등도 분석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일반약 슈퍼판매 사안은 종편으로까지 논의가 확대됐다.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종편방송의 광고시장 확대를 위해 슈퍼판매가 졸속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는 질의에 “증인으로 나선 대한약사회 ‘약국외 판매 저지를 위한 투쟁전략위원회’ 김대업 위원장은 “약국외 판매가 진행되면 일반의약품 광고 시장이 커진다는 의구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 7월말부터 일반의약품 48개 품목에 대한 약국외 판매가 허용됐지만 시행 두달이 다되도록 낮은 가격경쟁력과 홍보 부족 등으로 국민불편 해소라는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30개 품목은 현재 생산조차 안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가능한 품목은 20여개가 채 안되는 실정이다.
이날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정기 보광훼미리마트 사장은 “두달여 동안 편의점에서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에 대해 판매를 해오고 있지만 제품 공급이 원활치 않아 기대만큼 매출이 크게 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같은 여야 의원들의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반대 목소리는 약사들을 의식한 표퓰리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국회에서는 국민의 건강권과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을 외면한 채 약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는 특정 이해집단에 의한 이권경쟁이나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외면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에 제출될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은 국민의 관점에서 국민을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고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