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 16개 업종중 건설만 손실 = 부동산경기가 상승 국면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건설경기는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올 상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16개 업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건설업종만 유일하게 13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화학, 섬유·의복, 유통 등 모든 업종의 실적이 전년에 비해 상승했으나 건설업종만 전년 대비 12.3% 하락한 것이다.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잇따라 부실화 되고 있다. 시공능력 평가 100위권 건설사중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가 29곳에 달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 부실화의 가장 큰 요인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다.
최근 은행들은 PF대출을 줄여 건설업체의 신규 사업을 옥죄고 있다. 올 6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32조7000억원으로 3월 말에 비해 3조8000억원이 감소했다. PF대출 잔액이 최고 수준이었던 2008년말(5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20조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국내 수주 물량의 감소도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2010년 공공수주 금액은 38조2368억원으로 전년(58조4875억원)보다 34.6%나 줄었다. 올해 전망치는 32조원으로 2010년에 비해서 16.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공 수주의 감소로 인해 지역 건설업체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역 중소건설업체는 공공공사의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 건설업 위기, 경제위기와 직결 = 국내 총생산(GDP)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줄고 있다. 2000년 8.1%였던 비중이 2005년 7.3%, 2010년에는 6.4%로 줄어 들었다. 하지만 건설산업은 제조업에 버금가는 경제의 중추산업이다. 연관산업 파급 효과를 파악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건설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지난 2009년 기준으로 ‘2.129’이다. 건설산업에 1000억원을 투자하면 2129억원 어치의 생산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는 전산업 평균(1.955)보다 높다. 무엇보다 건설산업에서 생산된 제품은 해외로 빠져 나가지 않고 국내에 남는다는 게 특징이다.
문제는 최근의 경기침체에 건설산업이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산업은 200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p를 깎아 먹었고 2009년에는 0.1%p, 지난해는 0.1%p기여하는 데 그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국내 건설공사 기성액을 실질가격으로 산출한 결과를 보면 건설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질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건설공사 기성액은 총 144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2005년 147조3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건산연 권오현 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국내 건설시장이 실질적으로 계속 위축되고 있다”며 “공공공사 발주 감소와 주택경기 침체, 최저가낙찰제 확대 등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소 건설업체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건설산업 부진, 서민경제에 직격탄 = 권오현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당면하면 경제성장률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서민경제와 밀접한 지역 서비스산업과 고용부문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2~5%p의 높은 경제성장 기여도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2001~2003년에는 1%p 안팎의 기여도를 유지했다. 2004년 이후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1%p 미만으로 낮아졌다.
이후 2009년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급증으로 토목 투자가 호조세를 유지하며 경제성장 기여도가 0.61%p를 기록했으나 2010년에는 - 0.25%p를 기록했다. 올해도 경제성장에 - 0.03%p를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건설경기 부진은 민간 건축경기 부진 때문이다. 민간 건축부문의 대표 산업인 주택건축의 생산유발 효과는 ‘2.002’로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이처럼 민간 건축경기는 일반 건설업은 물론 인테리어를 포함한 건축보수업종, 부동산중개 등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 청소소독 및 위생서비스업, 도소매, 일반음식, 주점업 등 서비스산업과 연결돼 있어 서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위기의 건설업, 유동성 지원 절실 = 외적으로 성장이 지체되고 내적으로 심각한 수주난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산업의 활로 모색이 시급하다.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과도한 대출기준 및 무리한 담보요구의 관행 시정, 정상 사업장의 평가 및 신규사업 대출 등의 유동성 지원이 절실하다.
추진이 사실상 중단돼 있는 공모형 PF사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컨트롤 타워로서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개발계획의 중복성 탈피 등 공모형 PF사업을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주택보증과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보증기관의 PF 대출 보증금액은 은행권 PF 대출규모에 비해 5.2% 수준에 불과하다. 보증기관의 PF 대출 보증 한도를 확대하고 관련 보험상품의 개발이 요구된다.
리츠와 펀드 등 간접투자기구의 세제 혜택을 확대해 부동산간접투자기구를 활성화 해야 한다. 개발업자는 부동산을 소유할 뜻이 없기 때문에 세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오는 12월 종료 예정인 대주단 협약 제도의 운영기간을 연장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더욱이 채무상환 유예범위 확대, 신규자금의 원활한 지원, 과도한 경영간섭 배제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발주자가 재량권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공사를 발주할 수 있도록 유연성 있는 입찰, 계약방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