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만나는 시인과 철학자는 자기만의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거나 노래한다. 그들의 시와 철학에는 유사성은 있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김수영의 시와 신동엽의 시, 바흐친의 철학과 바르트의 철학은 유사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 강신주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자유와 기쁨을 얻도록 돕는 것이 인문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시와 철학, 더 나아가 인문학 자체를 많이 어려워한다. 하지만 항상 대중을 만나며 강의를 하고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해온 철학자 강신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문학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봉우리에 올라야 하는 이유에 비유한다.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면, 우선 주변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한다. 힘들고 괴롭지만 이 일을 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디쯤 와 있고 또 얼마나 더 많은 고개를 넘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인문학은 바로 이런 것이다. 얼핏 보면 쓸모없는 것 같지만 인문학은 내가 나중에 알게 될 것을 미리 보여주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이런 인문학의 본령에 충실한 답을 주고 있다. 그렇게 봉우리에 올라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조망할 때에 비로소 나의 아픔, 상처와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