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 정부가 파산설에 휩싸인 벨기에-프랑스계 은행 덱시아의 구제 방안에 합의했다.
이들 3개국 총리는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관계 당사자들이 집중 논의해 덱시아의 처리 방안에 합의했다”면서 “이날 중 열릴 덱시아 이사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벨기에 언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다만 구체적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덱시아를 3개국 내 사업부문 별로 분할 매각하는 절차가 곧 시작될 전망이라고 이 언론은 전했다.
부실자산은 따로 모아 3개국 정부가 보증하는 ‘배드뱅크’로 만들어진다.
덱시아는 그리스발 채무위기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핵심 국가 은행 중 처음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은행이다.
구제금융 후 덱시아의 지분은 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 3개국 정부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덱시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사회에서 처리 방안이 통과되면 당일 저녁 또는 10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전모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벨기에 정부는 덱시아의 벨기에 내 소매금융 자회사인 덱시아 뱅크 벨기에(DBB)의 주식을 프랑스로부터 전량 매입해 별도 기업으로 분리키로 했다.
앞서 디디에르 라인데르스 벨기에 재무장관은 지난 6일 “DBB를 국유화한 뒤 최소 3~5년이나 그이상 정부가 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벨기에 측의 인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30억~75억유로(약 11조8900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프랑스 주주들은 벨기에가 당초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프랑스 지방자치단체 대출을 전문적으로 해왔던 덱시아 크레디트 로컬(DCL)은 프랑스 공기업들이 인수하게 된다.
국영투자기금인 예금공탁금고(CDC)와 우체국은행이 800억유로를 떠맡고 새로운 독립회사를 만들되 프랑스 정부가 보증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덱시아의 룩셈부르크 내 소매금융 자회사인 인터내셔널 뱅크 인 룩셈부르크(IBL)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수해 대주주가 되고 룩셈부르크 정부는 소액주주로 남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와 벨기에 양국은 부실자산을 따로 모아 정부가 보증하는 배드뱅크도 설립키로 했다.
배드뱅크에 대한 보증비율은 프랑스와 벨기에가 65대 40 또는 65대 35로 배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경제지 레코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벨기에 정부는 프랑스의 보증비율을 높이려 하는 반면, 프랑스 정부는 그럴 경우 자국의 국가신용등급 ‘AAA’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배드뱅크로 넘겨질 부실자산은 1200억~19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말 현재 덱시아의 총 자산은 5180억유로로 덱시아가 파산할 경우 프랑스 등 3개국 뿐만 아니라 유럽의 수많은 은행과 정부가 연쇄 타격을 받게 된다.
덱시아 지원에 따른 부담으로 벨기에와 프랑스 정부의 국가신용등급 강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3개국 정부와 중앙은행, 덱시아 이사회가 마련하는 구체적인 해법에 따라 이 같은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