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러시아 외교의 무게중심이 아시아쪽으로 기우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총리는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
그는 이날 중국을 방문해 이틀 동안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측 파트너와 회동하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러시아·중국 간 천연가스관 협상 타결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드미트리 모스야코프 극동문제연구소 동남아·호주·오세아니아 센터 대표는 “이번 방중으로 향후 푸틴 행정부의 외교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는 1990년대 유럽에 초점을 맞춰 아시아를 소홀히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는 새로운 시장과 파트너, 자본을 찾아 동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최근 최대 천연가스 수출 시장인 유럽에 이어 새로운 수출 대상국을 찾고 있으며 세계 최대 에너지 수요국인 중국은 이에 매우 적합한 국가라는 평가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전체 천연가스의 25%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EU로부터 가스 가격 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과는 천연가스관 설치에 대해 동의했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수년째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트로이카 다이얼로그의 크리스 위퍼 수석 투자전략가는 “중국과의 가스관 협상이 타결되면 러시아는 유럽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총리는 이번 방중 기간에 천연가스관 관련 문서에는 서명하지 않을 전망이다.
푸틴 내각 사무처의 유리 우샤코프 부처장은 “이고르 세친 부총리가 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협력에 관한 모든 이슈를 중국측과 논의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푸틴 총리가 방중 기간 가스공급가 관련 문서에 서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샤코프 부처장은 푸틴 방중이 가지는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했고 이것은 매우 상징적”이라며 “이번 방중의 임무는 경제협력 강화뿐 아니라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4일 서방 국가가 중심이 된 유엔의 시리아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슈퍼파워 미국을 견제하는데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