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에서 시공자와 조합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추진키로 했다. 첫번째 대상지는 고덕주공 2단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정비사업 계약 체결 때 시공사가 우월한 위치에서 계약 체결을 하는 공사계약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관리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제정해서 보급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시가 마련한 공사표준계약서에는 △산출 명세서를 근거로 한 계약 체결 의무화 △공사계약과 자금대여계약 구분 명확화 △공사 진척도를 의미하는 기성률에 따른 공사대금 지급 △시공자에서 조합으로 자금관리 권한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시는 공사표준계약서를 통해 지금까지 시공자가 제시하던 공사예정금액을 조합이 제시하도록 바꾸고 그동안 시공자가 첨부하지 않았던 ‘공사비 산출명세서’를 계약 시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했다.
또 지금까지 공사비에 포함돼 있던 기본 이주비 이자를 명확히 구분,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요인이 생겨도 조합원들이 이자 부분에 대한 증액 부담을 지지 않도록 개선했다.
아울러 시공자가 기성률에 관계없이 분양대금 등 수익금이 생기면 공사비를 우선 지급했던 기존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공사대금을 감리자의 확인을 거친 기성률에 따라 지급토록 했다.
그동안 사실상 시공자가 소유하고 있던 자금 관리권도 사업주체인 조합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분담금이나 일반분양금 등 수익 예치로 발생하는 이자는 시공사가 아닌 조합에 귀속된다.
공사대금을 현물(아파트)이 아닌 현금으로만 지급하도록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을 개선해 시공사가 지분제로 공사발주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시는 공공관리 대상구역 중 시공자를 아직 선정하지 않은 399개 구역에 공사표준계약서를 적용할 계획이며 이중 조합이 설립돼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는 20개 구역에 우선 적용된다. 올 연말 시공자를 선정하는 고덕주공 2단지가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소외돼왔던 주민들을 주체화하고 부당한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갈등과 쟁송으로 인한 거품을 걷어내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