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추세에 따라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의 자산배분·PS(Product Specialist)팀은 지난 2009년 탄생했다. 선진 자산운용사에 보편화된 리서치-운용-PS-투자커뮤니케이션-영업으로 이어지는 ‘Value Chain’(가치사슬) 도입에 따른 것이다. PS팀은 고객이나 펀드판매사에 운용펀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고객들의 다채로운 요청사항을 처리해주는 업무를 담당한다. 강의나 세미나를 제공하기도 한다. 제조업의 기술영업직과 비슷한 역할이다. 운용역(매니저)과 영업팀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돼주는 것이다.
송태헌 팀장은 “자산운용사는 운용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기자본이 아닌 고객의 돈을 받아서 운용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소통역시 운용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고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펀드매니저나 영업인력 만으로는 고객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송 팀장은 “PS업무는 영토가 넓은 미국이나 국경이 모호해진 유럽에서는 보편적인 직군”이라며 “특히 요즘에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자신의 펀드에 대한 모든 상황을 알 수 있게 되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정보의 요청기간이 짧아지고 수준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증시의 큰 변동성으로 고객들의 자신의 펀드에 대한 궁금증이 늘어났다. PS팀에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와 같은 시장의 전망까지 요구하는 고객까지 생겨났다.
그는 “일부 운용사들은 시장방향성에 대한 전망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지만 조 단위 규모의 펀드를 고객에 팔고도 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손을 놓아 버릴 수는 없다”며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고객에 대응하는 것이 운용사에 주어진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전망이 팀의 주 업무는 아니지만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보다 고객에 대한 책임감은 결코 덜하지 않다. 송 팀장은 “증권업은 기본적으로 자금의 흐름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가 단기적인 측면이 있지만 운용업의 경우에는 고객의 돈이 계속 펀드에 남아있기 때문에 책임도 크고 고객의 항의도 더 많다”고 설명했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다보니 어려운 점도 많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가 급박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업무 스케줄이 고객에 의해 정해진다. 수익률을 위해 고객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매니저들과는 달리 고객에 ‘노(NO)’라고 말할 수 없는 점도 고역이다. 고객에 욕을 듣고 달래주는 일은 일상처럼 돼버렸다. 운용사 전반에 관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공부도 기본이다.
이처럼 많은 역량이 필요한 업무기 때문에 팀에 공백이 생길 경우 충원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송 팀장은 “금융지식과 다양한 자산운용 경험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발전할 의지가 있는가를 인력 선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PS업무는 고되지만 매력적이다. 매니저를 거쳐 PS팀에 합류했다는 주수용 차장은 “한번은 펀드수익률이 떨어지자 고객이 전화를 걸어 한 시간이 넘게 하소연한 경우가 있었다”며 “매니저 시절에는 시장만 바라봤지만 이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주 차장은 “같은 요리재료라도 요리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요리사에 달려있듯 펀드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담당하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팀장을 포함한 팀원 5명이 각 운용본부에 흩어져 있어 서로 얼굴보기도 힘들다는 PS팀. 그래도 그들의 최종목표는 하나였다. 송 팀장은 “증권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처럼 우리를 믿은 고객들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