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그룹 HSBC는 홍콩에서만 3000명을 비롯, 2013년까지 전 세계에서 3만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UBS, 크레디트스위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유수의 금융기관들도 대규모 감원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금융기관 역시 구조조정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 증권과 미즈호 증권도 최대 20%의 인력을 줄일 예정이다.
이들 금융기관이 수익 감소로 감원에 나선데 비해 영국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SC)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SC는 올 상반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87억6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SC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에 유럽은행 중 드물게 수익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수익 지역이 다변화된 점이 금융불안의 여파를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SC는 한국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70여개 시장에서 1700여개 지점 가지고 있다. 전체 고용된 인력은 8만5000명에 달한다.
제니스 리 SC제일은행 부행장은 “SC제일은행은 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도 많은 해외지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익을 늘릴 기회를 지속적으로 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하다보니 반복되는 금융위기에도 영향을 덜 받은 것이다.
특히 SC는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SC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4.35%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거뒀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698억9100만달러(12.31%)로 세번째를 차지했다. 1위는 홍콩(1103억1500만달러, 19.43%), 2위는 싱가포르(931억6000만달러, 16.41%)를 순이었다. SC는 홍콩에서는 150년 동안 화폐를 발행해온 가장 오래된 발권은행이다.
본거지만 영국에 두고 있을 뿐 실제는 이머징마켓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SC가 우리나라에서 철수한다는 설이 돌 때마다 전문가들은 “SC그룹의 수익구조로 볼 때 가능하지 않다”고 고개를 내젓고 있다. SC가 해외진출 이후 철수한 적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내전 때문에 혼란을 겪었던 단 한번뿐이다.
SC는 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앙골라, 가나, 나이지리아, 케냐 등 모두 13개국에 진출해 있다. 앙골라에는 지난해 2월 첫 지점을 여는 등 신흥국 진출도 멈추지 않고 있다.
피터 샌즈 SC그룹 CEO는 지난 방한 때 “SC는 지난 150년 기간 동안 기업의 투자 교역을 지원해 왔다”며 “SC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한국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 진출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