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독일이 폭스바겐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제정한 이른바 ‘폭스바겐 법’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고 24일(현지시간)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집행위는 독일에 거액의 벌금 부과를 요청하는 소송을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CJ는 지난 2007년 폭스바겐 법이 EU 단일시장 규정에 어긋난다면서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에 독일에서 법을 개정했으나 논란의 핵심인 정부의 거부권 행사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집행위는 설명했다.
집행위는 “EU 회원국은 EU 내 사법기관들의 판결 취지 전체에게 맞는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행위는 “ECJ 판결이 난 2007년 10월23일부터 소급해 하루에 3만1142유로10센트(약 4800만 원)로 산정한 벌금 부과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집행위는 ECJ가 집행위의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부과를 결정한 다음 날부터 독일이 EU 규정에 맞게 법을 개정할 때까지 매일 28만2725유로10센트씩의 미이행 벌금을 추가로 내도록 법원에 요구할 계획이다.
하르무트 마이네 폭스바겐 경영감독위원 겸 금속노조 니더작센주 위원장은 “폭스바겐의 성공적인 노·사 공동 의사결정 모델을 순전히 이념적 이유로 없애려 한다”며 “미셸 바르니에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신자유주의적 방화범”이라고 비난했다.
폭스바겐이 지난 1960년 민영화할 당시 제정된 폭스바겐 법은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단일 주주가 2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했다.
주총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율도 통상적인 경우보다 5%포인트 낮은 20%로 설정했다.
폭스바겐 본사와 공장이 있는 니더작센주의 주 정부는 20.1%의 주식만 소유했음에도 독일 국내외 민간 자본의 회사에 대한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포르셰는 폭스바겐의 지분을 31%까지 늘려도 인수합병이 어렵게 되자 집행위 공정거래 당국에 고발했고 집행위는 ECJ에 이 법의 무효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ECJ는 2007년에 “독일이 소수 주주의 이익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20% 이상 의결권 행사 금지라는 규정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 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독일은 2008년 이 법을 개정했으나 핵심사항인 전략적 의사 결정은 주주 80% 이상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는 조항을 포함해 니더작센 주 정부의 거부권을 사실상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