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판 VS 요구’
# 미영씨의 시댁은 미영씨 부부에게 집을 마련해줬다. 시어머니는 당당하게 혼수를 요구했다. 시어머니는 다른 살림은 필요 없다며 A 디자이너의 옷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의사표현이 분명한 시누이는 ‘A 브랜드 2.55백 아니면 안 해줘도 돼’라고 말했다. 신혼여행 때 홍콩에서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조언까지 받은터라 무리를 해 시누이 명품 가방까지 사줬다.
예비 신부들은 모두 혼수때문에 한 번쯤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 밖에 없다. 모은 돈을 다 쓰더라도 시댁 요구를 들어주거나 어머니와 담판을 짓는 것이다.
선영씨는 시어머니의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했다. 그녀는 “어차피 일생에 한 번 뿐이고 시댁 식구들은 평생 봐야할 사이라 능력이 되는 한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시댁에서 저축한 돈을 모두 썼다는 것을 알고 결혼 초기에 자리 잡는데 도움을 줘 무리하기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화교와 결혼한 정지영씨는 시어머니와 담판을 지은 경우다. 그녀는 “내가 3년 동안 벌어놓은 돈을 보여주고 이 금액 안에서 결혼 치르겠다고 밝힌 뒤 혼수 대신 돈을 드렸다”고 말했다. 지영씨는 “무안하지만 분명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오해가 없다. 시어머님과 대화가 통한다면 이런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술만 있는 웨딩업체
# 결혼을 앞둔 유희정(29)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드레스를 맞추러 갔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예전에는 드레스를 입어보는 것이 무료였는데 모든 샵에서 피팅 한 번에 5만원을 요구했다. 주문한 청첩장은 봉투와 카드가 따로 왔다. 사람을 고용해 청첩장 카드를 하나씩 접고 봉투에 넣는 작업을 돈 주고 맡겼다. 희정씨는 “안 그래도 결혼 준비때문에 회사에서 눈치 보이는데 몇 백명장이나 되는 청첩장을 봉투에 넣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불쾌함은 웨딩 촬영 후에도 계속 됐다. 웨딩사진 100장 중 20장을 선택하는데 원본은 주지 않는다. 원본을 갖고 싶으면 적어도 15만원을 따로 내야 한다. 웨딩사진도 유리없는 나무틀에 사진만 넣어주기 때문에 유리가 있는 액자를 원하면 또 비용이 발생한다. 희정씨는 “원래 사진 초상권은 신혼부부에게 있다. 당연히 촬영 후 원본 모두 받을거라 생각했지만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고 털어놓았다.
상견례를 무사히 마친 후 결혼을 앞둔 신부들이 듣는 단어는 바로 ‘스드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로 결혼식을 위한 필수 준비 과정이다. 스드메는 본인이 욕심만 없다면 가장 크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비 신부들을 위한 카페나 인터넷에 ‘스드메 등급표’가 나와 있어 견적을 뽑을 수 있다. 단 업체에 꼼꼼히 세부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계약 금액과 실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다를 수 있으므로 기본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추가 옵션이 무엇인지 꼭 체크해야 한다.
◇부모를 위한 결혼식
# 신혼부부인 이윤정씨는 폐백과 예식장 때문에 친정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였다. 윤정씨는 ‘지인들은 모두 호텔에서 결혼했는데 체면은 세워야 한다’는 어머니를 설득해 강남의 웨딩홀에서 결혼을 했다. 예식장을 정하고 나니 폐백이 문제였다. 폐백 상차림에도 급수가 있다. 저가는 25~35만원이고 고가는 100만원이다. 보통 폐백 음식은 시댁에 가져간다. 시댁에서 가져가 친인척들과 나누기 때문에 대충 준비하면 다른 며느리들과 비교당하기 쉽고 욕 먹기 딱 좋다. 친정 어머니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해 고급 상차림을 선택했다.
조촐하게 결혼식을 진행하는 대신 신혼여행에 돈을 더 투자하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했다. 윤정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결혼식은 개인 행사가 아니라 부모를 위한 행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럴땐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을 정하고 부모님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과 타협할 때는 막무가내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고집하기 보다 설득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결혼식 하객은 보통 50명 내외다. 결혼식 축의금이 3~5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 함부로 초대하기 힘들고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부른다. 미국의 결혼 문화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진행된다. 축의금 대신 신혼부부가 원하는 선물 목록을 공개하면 그 가운데 하나를 준다.
윤정씨는 “우리나라 결혼 문화는 단순히 남녀간의 행사가 아니라 부모님을 위한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결혼을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는 인식 대신 새 출발하는 남녀를 축하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