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결국 시장의 바람을 외면했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유럽의회 연설에서 국채 매입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드라기 총재는 “위기국의 국채 매입을 확대하는 것은 ECB의 신뢰성을 해치는 행위인 동시에 시장의 신뢰 회복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어 “유럽연합(EU)이 재정정책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합의한 ‘신 재정협약’은 위기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라면서도 “그러나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ECB가 공격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ECB 역시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채무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ECB는 “올 하반기 유로존 금융 안정성 리스크가 증대됐다”며 “내년에도 위기는 지속되고 1분기에 특히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긴축재정을 이루려는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과 은행 시스템의 자금 경색 등이 유럽 시장의 신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ECB는 강조했다.
EU가 재정협약은 물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에도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EU 재무장관들은 이날 콘퍼런스콜을 열고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1500억유로의 재원을 확충하는데 의견을 모았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이는 지난 9일 EU 정상들이 합의한 2000억유로에 비해 500억유로 적은 것이다.
영국은 여전히 참여를 거부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의회 의장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체코 덴마크 폴란드 스웨덴 등 비유로존 4개국이 재원 확충에 동참키로 했다”고 전했다.
시장은 특히 정책결정자들이 위기 해결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을 포함한 국가들의 긴축재정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채권금리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유로존 주요국의 국채금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