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8일(현지시간)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보다 2% 떨어진 온스당 1564.1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5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는 2009년 10월 이래 최장의 하락세다.
몇달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던 분위기와 대조되는 양상이다.
금 값은 잠잠해지는가 싶던 유럽 채무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급락세를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 규모가 2조7300억유로(약 4122조2100억원)로 역대 최대로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실시한 3년물 자금 입찰에서 역내 523개 금융기관이 총 4890억유로를 응찰, 은행들이 이들 자금을 ECB에 맡겨둔 영향이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잉여자금은 익일물 예금 금리가 낮은 ECB의 익일물 예금으로 맡겨둔다.
ECB의 3년물 융자 금리는 1%이지만 익일물 예금 금리는 0.25%다.
ECB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은행에 대한 융자 규모는 8790억유로로 1주일간 2140억유로나 늘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은행권 대출로 ECB의 재무 상태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이 한층 부각됐다.
유로화 가치는 한 때 달러화에 대해 1.2910달러에 거래되며 2010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보이기도 했다.
지속되는 유로존 위기로 현금이 최고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달러에 매수세가 한층 몰린 반면 금에서는 자금이 급속도로 유출됐다.
금값 하락으로 상품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24개 상품 종목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GSCI지수는 2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TEAM파이낸셜매니지먼트의 제임스 데일리 투자전략가는 “유럽 상황은 매우 걱정스럽다”며 “달러 강세가 금을 포함한 상품 시세 전반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의 수요 감소도 금 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세계 장신구용 금 수요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최근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통화인 루피화 가치가 급락한 데다 경제성장까지 둔화하면서 인도의 금 소비가 위축됐다.
중국이 비공식 금 거래를 상하이금거래소와 상하이선물거래소로 제한한 것도 금 소비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