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갈등의 시대]'근로자의 두 계급' 정규직과 비정규직

입력 2012-01-04 09:12 수정 2012-01-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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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노사갈등 '아킬레스건'

‘계약직, 일용직, 촉탁직, 파견직, 사내하청, 업무위탁, 외주용역, 아르바이트...’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고용계약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직업군이다. 정부의 공식 통계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34.2%로, 6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노동계는 고용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일용직을 포함시켜 862만명으로 잡고 있다. 3인 가족을 기준할 경우 비정규직 일가족 수가 우리 국민의 절반 수준인 2500만명에 달한다.

이같은 비정규직의 증가는 소득 격차와 양극화를 낳고 사회·계층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더욱이 동종·유사 업무 종사자간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으로 노사 갈등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사회보험 가입비율을 살펴보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다. 정규직의 76.0%가 국민연금에 가입한 반면 비정규직은 41.8% 만 가입했다. 건강보험도 정규직의 76.6%가 가입한 반면 비정규직은 41.8%만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노동시장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복지·산업·인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34만8000원으로 정규직의 평균임금인 238만8000원의 약 60%에 머물고 있다. 평균 근무시간은 비정규직이 35.9시간, 정규직이 42.8시간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노갈등이 불거지는 이유다. 정규직이 평생고용이라는 기득권을 꼭 붙들고 있는 한 비정규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주범인 비정규직의 차별과 고용불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사회통합도 경제발전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1700만명 중에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은 정상적인 인력구조가 아니다”라며 “일자리 구조를 바꾸지 않고 분배·복지 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정은 물론 기업 생산성과도 관련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선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건비 절감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 임금과 승진 등에서 정규직과 똑같이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통해 강제로 정규직화할 경우 민간기업의 경영에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비정규직 차별요인에 대한 사전발굴 시정, 임금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강제조치는 기업에게 비정규직 채용을 거부하게 만들고, 지금 현재 일하고 있는 일자리 마저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만큼 입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에서 차별 해소 만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사회안전망 강화 등 복지적 접근이 필요하고,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학교교육, 학력 간 임금차별 극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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