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제재 딜레마에 빠졌다.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 핵개발을 제재하기 위해 마련한 새 법안 이행을 위해 모든 동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의회가 채택한 새 ‘이란제재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이란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경제 주체가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 금지가 골자로 이란 핵무기 개발자금을 끊는 것이 목적이다.
새 법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갖고 있어 오는 6월 말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동맹국들을 제재할 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제재를 면제하거나 유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나 이를 남발할 경우 이란에 굴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반면 제재를 감행할 경우 동맹국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물론 유가 급등으로 미국은 물론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전 세계 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물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0.71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유가는 100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제재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선까지 치솟으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불황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특히 6월 말은 미국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공화당 대선 유력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가 재선하면 이란은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란과의 갈등으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면 이는 오바마의 재선 행보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란산 석유 수입금지 조치를 오는 7월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U는 오는 23일 브뤼셀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석유 금수 등 이란 핵개발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