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이 재무 건전화를 위해 허리띠를 본격적으로 졸라매고 있다.
역내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보유하고 있던 국채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을 9%로 높여야 하는 등 상황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16일(현지시간) 항공기 리스 사업을 일본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에 매각키로 한 것을 비롯해 프랑스 BNP파리바 등이 해외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등 은행권이 일제히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작년 10월 역내 은행권에 자기자본비율 충족 기준을 최소 9%로 상향하고 이를 6~9개월 안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정부에 의한 구조재편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국채 가격이 하락해 은행들이 손실을 입으면 자기자본이 부족할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유럽은행감독청(EBA)은 이를 위해 작년 연말 71개 유럽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1147억유로의 자금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오는 20일까지 EBA에 자본확충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자본 확충은 상반기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153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스페인 최대 은행 방코산탄데르는 이달 초 회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필요한 자기자본비율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우니크레디트는 약 75억유로의 주주 할당발행을 통한 증자 계획을 밝혔다.
우니크레디트는 기존 주주들에게 주당 1.943유로에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했다.
이 가격은 현재 시가보다 43% 낮고 최근 주주 할당발행 때 제시된 가격보다 66% 낮은 것이다.
시장은 예상보다 저가로 주식을 발행한다는 점에 주목,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증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일부 은행은 증자로 자기자본 비율 9%를 충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자산 매각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영국 HSBC는 아시아와 남미 손해보험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뱅크오브아일랜드는 북미와 유럽 에너지 사업에 대한 채권 4억7000만유로어치를 이미 매각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향후 유로 하락을 경계해 해외 자산을 우선적으로 매각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자산을 유로 기준으로 평가하면 자산이 과대 평가돼 자기자본 비율을 충족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자국과 폴란드 이외에서 신규 대출을 잠정 중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