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진통제 시장에 유례없는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며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삼진제약 게보린의 아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IMS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 기준, 진통제 부문에서 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한국존슨앤존슨)이 1위에 등극했다.
이에 반해 게보린은 약 8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2위로 내려앉았다. 그 뒤는 종근당의 리뉴얼 ‘펜잘Q’가 36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3위를 차지했다.
굳건할 것처럼 보였던 초대형 품목 게보린의 1위 자리가 흔들린 것은 IPA(이소프로필안티피린)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IPA는 혈액질환이나 의식장애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성분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IPA 안전성 논란은 지난 2008년 약사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후 2년여에 걸쳐 계속됐다. 그 과정 중 종근당(펜잘)과 동아제약(암씨롱)은 IPA 성분을 뺀 리뉴얼 제품을 내놓은 반면 게보린의 삼진제약과 사리돈의 바이엘헬스케어는 IPA 성분의 안전성을 여전히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삼진제약은 게보린에서 IPA 성분 대신 비타민C를 넣은 게보린에스를 식약청으로부터 허가 받았다. 지난 2010년 7월 식약청까지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서자 결국 1979년 출시 이후 32년만에 게보린에서 IPA을 뺀 것이다.
아직 발매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 제품이 시장이 출시되면 진통제 시장에서 게보린이 다시 1위의 자존심을 회복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말 IPA 성분을 제외한 리뉴얼 제품 ‘펜잘Q’를 선보인 종근당은 최근 한층 강화된 안전성과 적극적인 아트마케팅으로 해열진통제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종근당의 자발적 리콜과 이소프로필안티피린 성분을 과감히 제거한 리뉴얼 전략은 진통제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종근당의 과감한 시도와 기존 일반의약품 광고에서 벗어난 아트마케팅과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기용한 전략이 펜잘큐의 지속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액상형 제품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기존 녹십자의 ‘탁센’, 대웅제약의 ‘이지엔6’, 광동제약의 ‘스피딕400’에 이어 최근 동화약품이 무색소, 무카페인의 ‘트리스펜’을 출시하며 액상형 진통제 시장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