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특허제도는 존재했으나 독점행위에 대한 거부감과 특허권이 공정경쟁을 방해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1975년 연방무역위원회가 제록스 복사기 특허를 경쟁사와 협력사가 나눠 사용하도록 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은 그러나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 정책을 1980년대 들어 전면수정한다.
1965~1980년 사이 세계 무역규모는 대폭 증가한 반면 자국의 무역량은 17.3%에서 12.9%로 현저하게 감소한 데다 무역 수지도 54억 달러 흑자에서 37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자국의 위엄을 잃을 수 없었던 미국은 1982년 존영 휴렛팩커드 사장이 ‘영 보고서’에서 주장한 ‘미국이 살길은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미국의 잠재력을 지식재산에서 찾기 시작한다.
이에 미국은 1982년 특허전문고등법원을 설립한 데 이어 90년대 후반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지식재산권법 집행조정위원회를 설립했다. 또 2008년 부시 대통령은 지식재산권을 위한 자원 및 조직의 우선화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지식재산권자문위원회도 신설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식재산 보호 정책이 이뤄진다.
특허에 대한 미국의 다양한 정책과 노력은 무역적자와 자국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에서 출발했지만 그로 인해 미국은 현재 최대 지식재산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2010년 PCT국제출원 건수에서 미국은 4만4855건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역시 글로벌 특허 다툼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발명특허 출원건수는 전년대비 35% 증가한 수준으로 미국을 제치고 특허 출원 세계 1위국으로 자리잡았다. 2010년 PCT국제출원 건수에서도 우리나라 보다 많은 1만2337건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9686건으로 현재 5위에 올라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지식재산의 생산과 보호, 관리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대대적인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처럼 특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역할이 대두되는 가운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가 기업과 함께 특허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열린 ‘2012 지식재산강국 원년 선포식’에서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강대국 대기업과의 특허전쟁에 말리면 이길 길이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식경제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연말 ‘특허방어펀드’ 설립을 발표, 오는 2016년까지 6000억원 규모의 다양한 특허방어펀드를 만든다는 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특허청 역시 특허심판 처리기간을 9개월로 단축하는 등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특허전문법원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우리나라는 고등법원의 특허법원을 지난 1998년 3월 설립했지만 특허침해와 관련한 사건을 여전히 일반 법원에서 취급하고 있는 상황. 변리사 등 전문가들도 법정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김성기 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장은 “법원의 판결이 의미하는 것은 유사한 특허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특히 특허의 경우 기업의 생사가 걸려있는 만큼 기나긴 법정싸움보다 전문성과 예측, 빠른 판결이 중요하다”며 특허전문법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지적재산 전문가에게 특허 관련 관리와 분쟁의 조정을 맡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