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행위를 한 현대모비스에 부과한 과징금 150억원을 돌려주고 20억원대의‘과징금 이자’를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정위는 2009년 3월 현대모비스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들이 경쟁부품을 팔지 못 하게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50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가“대리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공정위를 상대를 낸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일 “과징금 산정기간이 잘못됐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현대모비스가 대리점에 불이익을 주기 전 매출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것.
법원 판결의 핵심은 법원이 현대모비스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자체를 기각한 것이 아니라 단지 과징금 산정기간만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현대모비스의 불공정행위는 공정위는 물론 법원에서도 인정됐음에도 공정위가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상고하지 않을 경우 우선적으로 부과한 과징금 전액을 돌려줘야 하는 것은 물론 잘못 부과된 과징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환급가산금 20억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 한 후에야 공정위는 재산정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새로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과징금은 10억원이 줄어든 14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문을 확인한 후 대법원 상고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상고를 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이 내려지면 환급 가산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빨리 과징금과 환급가산금을 현대모비스에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당한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는 이유로 지급되는 과징금 이자인 환급가산금은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이자율에 준하는 연 5.52% 이율에 과징금 납부일에서 환급일까지의 기간을 곱해 집계된다. 이에 따라 2009년 8월 13일 과징금 150억원을 납입한 현대모비스에게 법원 판결이 난 5일 환급가산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 20억5700만원이 지급돼야 한다.
또 공정위가 상고를 하더라도 패소하게 되면 상고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된다. 공정위가 행정처분과 달리 법원판결은 오래 걸려 지급해야 환급가산금은 더욱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00억중 99억원이 정당하고 1억원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면 1억만 환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100억원을 모두 돌려주는 동시에 100억원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 줘야 하는 제도 때문에 국고가 낭비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2005년 부터 2010년 3월까지 법원의 일부 패소 판결을 받은 61건에 대해 환급가산금 32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패소한 부분의 과징금에 해당하는 환급가산금 108억9600만원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수백억원의 세금이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꼬박꼬박 이자로 지급됐던 것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절차로 인해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들은 소송을 하면 밑져야 본전이게 된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전액에 이자를 기간에 비례해 지급받으니 소송비용을 탕감하고도 남는다. 또한 부담 없이 소송을 통해 과징금 지급일을 미룰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2010년 5월 ‘공정위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통해 잘못 지불된 과징금 차액에 대해서만 환급가산금을 지불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제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 이후 공정위는 새로이 법을 개정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입법조사처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해 발의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국회의 무관심으로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에게 과징금 이자가 많게는 수백억원씩 지급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