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4년 만에 다시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들은 4일(현지시간) 대선 직후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푸틴 총리가 58%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푸틴은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맡은 이후 3선 연임 금지 규정에 의해 다시 총리로 물러났다가 이번 대선을 통해 복귀한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시절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임기가 종전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난데다 푸틴은 한 번 더 연임할 수 있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최장 24년간 러시아를 통치할 수 있게 된다.
푸틴의 유례 없는 장기 집권의 가장 큰 비결은 빈사 상태에 빠진 러시아 경제를 살렸다는 점이다.
보리스 엘친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98년 러시아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엘친이 너무 급격하게 시장자유화와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구하면서 경제가 빈사상태에 빠진 것이다.
1999년 엘친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대통령 대행에 오른 푸틴은 다음해 선거에서 당선돼 정식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는 취임 이후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것에 힘입어 얻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각 산업 부문에 투입해 빠른 경제발전을 이루게 된다.
푸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러시아는 연 평균 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루게 된다.
일각에서는 푸틴 임기 내내 석유값이 상승세를 보였던 것이 경제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 만연했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등 푸틴의 리더십도 경제회생에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경제위기에서 러시아를 구해내면서 푸틴은 대통령 재임 때는 70~80%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고 총리 시절에도 항상 60% 지지율을 유지했다.
국가안보위원회(KGB) 간부 출신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고 강한 러시아를 강조하는 푸틴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미국과 맞상대했던 구소련 시절의 향수도 떠올리게 했다.
푸틴은 지난 2008년 2인자였던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기고 총리로 물러났지만 사실상 실제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였다.
메드베데프는 이번 대선 후 다시 총리직을 맡을 예정이다.
푸틴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일고 수만명이 시위를 벌이자 이번 대선에서 9만여개에 달하는 투표소에 웹 카메라를 설치해 투표과정을 실시간 중계하는 등 정면 돌파한 것이다.
야당 후보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푸틴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도 그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