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를 거느린 은행·보험 등 판매사들의 계열사 펀드 팔아주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율 공시 의무화, 판매실태 점검 등 금융당국의 극약처방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의 ‘펀드 판매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27개 펀드 판매사 가운데 16곳(59.3%)의 계열사 판매 비중이 오히려 늘어났다.
미래에셋생명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펀드상품 판매 비중이 지난해 11월 말 94.06%에서 올해 1월 말 94.27%로 소폭 증가했다.
KB증권의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은 지난해 11월 말 55.47%에서 올해 1월 말 68.42%로 확대된 가운데 삼성증권(53.24%→54.64%), 한화증권(39.89%→44.74%), 한국투자증권(43.76%→44.22%) 등도 늘었다.
은행과 보험사들도 현상 유지에 그치거나 소폭 증가했다. 신한은행이 68.51%에서 69.10% 늘어났으며 국민은행(52.63%→53.08%), 하나은행은 (42.78%→43.94%), 우리은행(38.34%→38.92%)로 각각 판매비중이 확대됐다. 보험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58.94%에서 58.99%로, 대한생명이 76.17%에서 80.44%로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초 금융당국은 계열사 펀드를 우대하는 행위 등을 불건전 영업행위로 간주하고 각종 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펀드시장이 과점적 판매채널 우위 구조로 경쟁이 부족해 투자자보다 판매사의 이익이 우선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계열사 펀드를 판매할 때는 의무적으로 계열사 펀드임을 고지하고 타 운용사의 유사펀드를 비교·권유해야 한다. 판매한 펀드에 대한 계열사 및 비계열사간 판매 비중과 수익률, 비용 등에 대한 공시도 의무화됐다.
계열사 판매 비중을 25% 수준에서 법령으로 직접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자율 완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금융당국의 이같은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판매사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계열 판매사를 두고 있지 않은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국의 펀드판매 선진화 방안 마련에 판매사 찾기가 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한다”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더 깐깐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계열사 판매비중이 높은 자산운용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양호한 펀드수익률에서 비롯된 공정한 경쟁은 인정하지 않은채 계열사 덕만 보고 있다고 호도하는 명백한 오류란 주장이다.
금융지주 계열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계열 판매사로 부터 자사의 펀드들의 수익률이 좋아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다란 얘길 들었다”라며 “운용력은 감안하지 않은채 단순히 계열사 덕만 보고 있다고 전체를 왜곡하는 것는 억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