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내돈 안 들이고 혜택만 빼먹는 ‘체리피커’따라해볼까

입력 2012-03-14 08:40 수정 2012-06-2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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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업엔 골치…얄미운 그들의 투자 노하우

“여러분도 이렇게 해보세요. (중략) 30분 뒤에 자삭(자진삭제)하겠습니다.”

체리피커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글들이다. 체리피킹 수법을 잠시 공유하겠지만 금융회사가 글을 보고 관련 서비스를 차단할 수도 있으니 잠시 후 글을 지우겠다는 말이다. 실제로 체리피킹이 극심해 사라진 금융 서비스도 셀 수 없이 많다.

이처럼 체리피커는 금융회사의 골칫덩이인 동시에 일반 소비자들의 벤치 마킹 대상이다.

이들은 재테크 방법도 남다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재테크 기술 중에 하나가 바로 ‘급여 자작’이다. 이는 주부나 학생 등 직장인이 아닌 사람들이 직장인 통장을 발급 받는 기술로 ‘급여돌리기’라고도 부른다.

기본적으로 직장인 통장은 일반 보통 예금과 달리 각종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또 소액예금에 대해서도 3~4%의 고금리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보통예금의 금리는 연 0.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급여 자작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은행에서 해당 고객이 매달 월급을 받는 것으로 착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장인 통장을 만들려고 하는 곳에 보통 예금 계좌를 개설한 뒤 다른 은행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에서 매달 일정한 날짜에 일정한 금액을 송금한다. 송금을 할 때는 적요란에 반드시 ‘급여’ 등의 문구를 넣어야 하고 최소한 50만원 이상의 금액이 일시에 들어와야 한다. 그 돈을 인출하고 송금하는 것을 몇 달 반복한 뒤 직장인 통장을 발급받으면 된다.

‘풍차돌리기’도 체리피커들이 애용하는 목돈 마련 방법이다. 꼼수보다는 노하우에 가깝다.

보통 직장인들이 목돈을 모을 때 정기 적금을 많이 이용한다. 예를 들어 매달 20만원씩 12개월 동안 납입했다가 일시에 목돈을 찾는 방식이다.

풍차돌리기는 매달 정기예금을 하나씩 가입하는 방식이다. 즉 20만원짜리 정기예금을 개설하고 그 다음달에는 또 20만원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한다. 12개월이 지나면 첫째달 예금부터 매달 만기가 돌아오게 된다. 만기에 돌아오는 원리금들을 게속 풍차돌리기 방식으로 예치하면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만약 중간에 돈이 필요하게 되면 가장 최근에 가입한 예금부터 해지하면 된다.

체리피커들은 금리가 더 높고 계좌 개설이 편리한 온라인 전용 예금 상품을 주로 이용한다. 풍차 돌리기는 금리면에서 큰 혜택을 보기 어렵다. 시중은행의 경우 예금과 적금의 금리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 흐름을 일정케 하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는 꽤 괜찮은 방법이다. 또 여러 차례 예금에 가입하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카드 혜택을 뽑아먹는 스킬도 남다르다.

가장 잘 알려진 카드 관련 체리피킹 수법은 KB국민카드의 할인 카드를 다수 발급 받아 사용하는 ‘굴비 엮기’다.

커피 전문점을 가면 커피 전문점 할인이 되는 카드를, 대형 할인점에서는 마트 전용 카드를 쓰는 식이다. 이는 KB국민카드만의 독특한 연회비와 실적 산정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오로지 KB국민카드에서만 통용되는 수법이다.

KB국민카드를 여러 장 갖고 있어도 한 카드만 기본 연회비 면제 조건을 충족하면 다른 모든 카드의 연회비가 면제가 된다. 실적도 통합해 산정한다. 즉 세 장의 KB국민카드를 각각 10만원씩 쓰면 통합 실적으로 카드당 30만원의 이용금액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증권 쪽에서도 체리피커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 체리피커들이 먼저 눈독을 들이는 것은 무료 스마트폰 지급 이벤트. 최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고객 늘리기에 다급해진 증권사들은 예전처럼 거래실적 등을 요구하지 않고 자사의 계좌만 소유한 고객이면 선착순으로 갤럭시S2 등 100만원 안팎의 최신 휴대폰 단말기를 공짜로 지급하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이 구닥다리거나 위약금이 만료된 경우라면 한번 노려볼만 하다. 기기는 공짜지만 약정기간과 요금제는 고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밖에 월말이나 분기말 자금유치 실적에 목마른 증권사 지점장과 협의해 다른 고객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기도 한다. 또 CMA 통장을 급여통장, 투자통장, 예비통장으로 나눠 급여통장에 제공되는 여러가지 혜택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투자통장을 통해 적립식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체리피커들의 재테크 수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용어설명 / 체리피커

접시에 섞인 신포도와 체리중 달콤한 체리만 쏙쏙 집어먹는 사람들을 빗대 표현으로 마케팅 용어다. 비용은 지불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기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골치거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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