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를 딛고 회복 기조에 오른 일본 경제가 고유가로 휘청거리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전기세·식료품·생활필수품 등 생활비가 치솟으면서 임금 동결로 얼어붙은 소비를 냉각시킬 조짐이다.
이는 일본은행의 지속적인 완화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족으로 디플레이션에 허덕이는 산업계에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현지시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구성하는 524 품목의 가격변동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말 시점에서 전년 동월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전체의 38.9%(204품목)로 직전 최저치인 2010년 5월(21.9%)의 2배에 가까웠다.
반면 1년 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49.6%(260품목)으로 2010년 5월(66.6%)보다 감소했다.
가격 하락 품목 비율이 전체의 50%를 밑도는 것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6월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신문은 물가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일본 휘발유 가격은 ℓ당 평균 155.6엔으로 3년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4월부터는 식용유 가격이 8~10% 올라 외식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소닉은 희토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조만간 일부 조명기구 가격을 인상한다.
생활필수품 가격이 오르면 개인들의 소비지출은 얼어붙는다.
이는 유가 상승과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난이 우려되는 산업계에도 부담이다.
26일 새벽까지 도쿄전력 산하 17기의 원전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홋카이도전력 산하의 도마리 원전 3호기가 5월 말까지 가동이 중단되면 일본은 54기의 원전이 모두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다.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지만 갖가지 악재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인 셈이다.
일본 경제는 약 15조엔의 수요 부족에 직면, 디플레이션 압력은 앞으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구마가이 미쓰마루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기 회복 둔화로 수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본은행은 2014년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