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석유거래소, 혼합석유 확대 등 각종 유가 인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유·주유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실효성이 의문인 데다 , 핵심인 유류세 인하가 빠진 ‘빈 껍데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30일 ‘석유제품 현물전자상거래소(이하 석유거래소)’를 설립한다. 주식을 거래하듯 공급자(정유사)와 수요자(주유소)들이 호가에 따른 경쟁매매 방식으로 석유제품을 거래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다수의 공급자가 경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유가가 하향평준화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정부는 석유거래소 초기 정착을 위해 당분간 거래 수수료를 면제해 줄 계획이다. 또한 공급자인 정유사들을 대상으로는 공급가액의 0.3%를 세액공제 해주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련업계의 시선을 싸늘하다. 석유거래소가 활성화 되려면 우선 공급자인 정유사들의 참여가 활발해야 하지만 정작 정유업계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여전히 “현재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매매 방식 때문에 정유사들 입장에선 기존의 가격구조를 깰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솔직히 어떤 정유사가 자진해서 참여하겠는가. 다들 검토 중이라곤 하지만 정부 정책이라는 점에서 마지못해 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주유소들도 석유거래소에 발을 들여 놓기가 상당히 껄끄럽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정유사들과 ‘갑을’의 관계인 데다 정유사폴 주유소는 전량구매계약 관행으로 거래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석유거래소는 정유사들과 계약을 맺지 않은 자가폴 주유소들만 참여가 가능해 ‘반쪽 거래소’가 될 소지가 크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폴 주유소들은 전량구매계약으로 인해 현재로선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주유 시장 대부분이 정유사폴 주유소임을 감안하면 석유거래소가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주유소들이 월 판매량의 20%까지 혼합석유(여러 정유사에서 공급받은 석유를 섞어 파는 것)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전량구매계약 틀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 효과 보다는 가짜 석유 유통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무엇보다 정유사들의 경영 전략을 뒤흔들겠다는 것과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주유업계도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주유소들이 타 정유사 제품을 구매한다면 기존 계약 정유사들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한 주유소 업자는 “가격이 크게 싸지 않은 이상 굳이 타 정유사 제품을 구매해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겠느냐”며 “정부가 핵심(유류세)를 비껴간 자잘한 정책들만 내놓고 있어 국민들이나 주유업계 모두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