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40달러대에 근접하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상적자는 금융시장 불안, 성장률 저하, 물가 상승이라는 연쇄 타격을 일으킬 수 있다. 올해 한국경제 운영에서 유가가 가장 큰 복병인 셈이다.
2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유가 분기점을 배럴당 137달러로 추정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150달러까지 오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 규모의 경상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오르면 경상수지의 근간인 무역수지가 악화하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오를 경우 무역수지가 0.9%포인트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민간소비 둔화로 이어진다. 통상 경상적자를 기록하면 시중통화량이 감소해 물가상승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자가 유가라는 공급요인에서 발생하면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원유 순수입국인 우리나라로써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호재는 없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150달러가 되면 소비자물가는 0.5%포인트 오르고 경제성장률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 목표치는 3.3%, 성장률 전망치는 3.7%다. 이를 고려하면 국제유가 상승은 경제 정책 운영을 가장 어렵게 하는 악재다.
노무라는 “공급충격에 의한 유가 상승은 성장-물가 간 상충효과가 크게 나타나 중앙은행들이 정책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유가 상승으로 성장률이 하락하면 금리를 내려야하지만 소비자물가는 되레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수요·공급 측면에서 유가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며 “공급 충격에 의한 유가 상승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