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막말 공화국' 오명 씻어내야

입력 2012-04-23 09:33 수정 2012-04-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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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온라인뉴스부장

요즘 포털에 올라오는 뉴스들을 접하다 보면 우리사회의 도덕성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가 없다. 특히 온라인상에는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폭언과 폭행 사건들이 당시 생생한 동영상과 함께 올라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면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0대 여성이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섞어가며 막말을 퍼붓는 장면의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9호선 막말녀’라는 이름으로 유포된 이 동영상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선글라스를 낀 한 젊은 여성이 노약자석에 앉아 노인들과 삿대질을 하며 큰 소리로 싸우는 내용으로 포털사이트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올들어서도 유사한 사건들이 터져 나오면서 막말파문이 가라않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지하철 4호선 막말녀’에 이어 3월 25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지하철 5호선 맥주녀'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게재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동영상을 통해 이 여성은 왼손에 맥주를 들고 입에는 담배를 물고서 옆 좌석에 있던 60대 가량 남성이 “담배 끄라”며 긴 우산으로 담배를 건드리자 여성은 “싫어 X새끼야”라고 응수, 누리꾼들마저 혀를 내둘 정도였다. 우리사회의 씁슬한 단면이라지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막말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 유명세를 타는 연예인들도 막말은 다반사다.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거침없는 시사풍자로 갑자기 유명해져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고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후보 도 막말의 위력을 단단히 본 케이스다. 그가 8년 전 인터넷 라디오방송에서 했던 노인 폄하 발언 등 저속한 비속어 사용과 성적 비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켜 낙선 부메랑을 맞았다.

화끈한 입담을 자랑하며 인기를 질주하던 방송인 김구라 씨도 막말 파문 끝에 지난 16일 방송활동을 접었다. 그는 지난 2002년 인터넷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창녀에 비유했던 말이 최근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저 나가면서 비난이 빗발치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자진 하차했다.

명색이 사회 지도층이라는 법조인, 교사의 입에서 시정잡배에게나 어울릴 법한 막말이 거침없이 쏟아 진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실제 인격 침해 사례를 들춰보면 거칠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젊은 40대 판사가 아버지뻘인 70대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면박을 준다.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들에게 “인간쓰레기들, 바퀴벌레처럼 콱 밟아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퍼부으니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요즘 룸에 가면 자연산을 찾는 다더라”.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 “(MB정권)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등등. 굳이 누구라고 거명하지 않아도 과거 당 대표나 최고위원을 지낸 정치권 거물급 인사들이 쏟아낸 막말들이다.

이쯤되면 우리사회가 막말공화국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도 남을 법도 하다. 방치해선 안되는 심각한 사회현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상투적인 애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요즘 세태를 반영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어찌보면 한국 사회는 상대편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부족하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11 총선도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막말을 되뇌는 정치인은 설 땅이 없다는 교훈을 투표로 보여줬다. 오는 5월 30일 개원되는 19대 국회는 민생현안을 챙기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배려하고 섬김으로써 존경과 신뢰를 한몸에 받았으면 한다.

한국사회는 막말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 버리고 국격(國格)을 한단계 높여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막말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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