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림산업이 2일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3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풍림산업은 지난달 30일 1차부도 이후 2일 최종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CP) 423억원을 막지 못하면서 부도직전까지 몰리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주택시장 장기 불황에 따른 사업 여건 악화와 경영정상화 노력 미흡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풍림산업의 법정관리 신청은 채권은행들의 이기주의가 낳은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워크아웃 기간 내내 자산매각 등 차입금 상환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자금줄을 쥐고 있는 채권은행들이 신규 지원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의도적인 퇴출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을 주축으로 한 풍림산업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을 결의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의 주채권 은행인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등은 대금결제를 거부했다.
즉, 은행 계좌가 시행사와 공동명의로 개설됐기 때문에 시행사와 합의없이 공사비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돈맥경화를 가져온 것이다.
당초 채권단에서는 인천 청라지구 주상복합‘풍림 엑슬루타워’와 충남 당진‘풍림 아이원’ 등 사업장 공사비 807억원을 받아 CP 상환 등에 사용하려고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PF사업장의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시행사와의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핑계로 대금지급을 거부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풍림산업이 법정관리 신청을 지켜본 건설업계에서는 채권은행발 건설사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풍림산업 다음으로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우림건설과 벽산건설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또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이달 건설사 퇴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간 중 어느정도 채권회수를 한 은행들은 기업이 넘어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현재 워크아웃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보다 채권 회수를 위한 시간벌기식 작업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풍림산업은 워크아웃 개시결정이 난 이후 종로평창동(337억원), 포항양덕(178억원), 제주강정(64억원) 등 723억원의 자산을 매각해 상환했다.
인천월곶(250억원), 전의공장(210억원), 역삼동사옥(920억원) 등 2440억원의 자산도 매각해 채무 변제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홍성일 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