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태양광산업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 각국의 보조금 축소와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밀린 선진국 업체들의 줄도산 등 태양광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평가다.
독일 의회는 지난달 1일(현지시간) 태양광 발전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29%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독일에서는 지난해 총 7.5 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건설됐다.
독일 정부는 태양광 발전용량 신설 목표를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3.5 GW로 정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보조금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독일 태양광산업협회는 올해 회원사들의 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22%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인은 지난 1월 태양광은 물론 청정에너지산업 전체에 보조금 지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보조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
한때 태양광 패널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였던 독일 Q셀즈는 지난달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에버그린솔라와 스펙트라와트, 솔린드라 등 업체가 연쇄부도 사태를 맞았다.
세계 1위 태양광 패널업체 퍼스트솔라는 비용 부담에 지난달 전 세계적으로 2000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대형 태양광기업의 주가를 종합한 블룸버그 태양광기업지수는 지난 1년간 76% 하락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세가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태양광 패널 가격은 전년 대비 50% 급락한 와트(Watt) 당 95센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올해 태양광 패널업체의 생산규모가 수요를 38GW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올해 패널 가격이 추가로 10% 이상 떨어진 80~85센트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들은 보조금 지원 등 정부의 각종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태양광 패널산업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전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경쟁과다로 일부 업체는 재고 정리를 위해 태양광 패널을 Watt당 75센트 밑으로 팔고 있다.
중국 2위 태양광업체 LDK솔라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2.2%로 전년의 18%에서 급락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 고조도 중국 태양광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최대 4.73%의 상계관세 부과 예비 판정을 내렸다.
현지 태양광 패널업계는 상계관세가 최소 1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이 기존의 화력발전소 등을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해 독일은 태양광 산업에 80억유로(약 12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투입했으나 태양광이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태도를 버리고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