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데리고 장을 보러 나온 주부 L씨. 오늘따라 유난히 제멋대로 움직이는 카트 때문에 정신이 없다. 층간 무빙워크도 끝과 끝으로 이어져있어 1, 2층 이동도 만만치 않다. 한가득 담긴 카트를 밀고 다니자니 약간의 짜증도 난다. 이동하다 여기저기 살펴보니 쇼핑시간도 훌쩍 2시간이 지났다. 집에 들어와서 구매한 품목을 살펴보니 딱히 필요없는 품목이 더 많아 한숨이 나왔다.”
대형마트를 경제학적으로 살펴보면 곳곳에서 업체들의 상술전략을 볼 수 있다. 카트는 절대 바로 밀어지지 않는다. 마트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씩 드는 의문이다. 이것은 바로 지그재그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카트를 밀었을 때와 곧바로 나아가는 카트를 밀었을 때 계산대 앞에 서 있는 두개의 카트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빨리 이동이 되면 그만큼 소비자는 진열된 물건을 꼼꼼히 볼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지지 않으면 주위를 좀 더 둘러보고 구매욕구를 느끼기 때문이란 게 대형마트 측 설명이다.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다양한 방법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우선 계산대 앞에는 그다지 비싸지 않아 부담없이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음료수, 껌, 초콜릿 등의 간식거리는 물론 건전지 등의 간단용품 등이 수두룩하다. 이는 소비자가 쇼핑을 끝내고 계산하려고 하다가도 무심결에 비싼 제품도 아니여서 물건에 손이 가게 만든다. 구매하지 않아도 될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 마트들의 상술이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가는 곳과 나올 때의 장소가 동떨어져 어쩔 수 없이 돌아 나오게 만든 것도 소비자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구매할 것도 없는데 돌다 보면 어느새 내 손엔 물건이 손에 들려있다. 층간 이동도 무빙워크를 바로 연결시켜 놓지 않은 이유도 이같은 전략에 기인한다.
박정태 국제경제평론가는 “소득수준이 높아졌으니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식품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외식이 늘어나 집에서 먹는 식품은 줄어들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 과거 현금을 지불할 때보다 한번에 더 많이 구매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언제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니 굳이 한번에 대량으로 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대형마트의 상술전략은 계속 다양하고 진화해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