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원유 수입 중단 쇼크가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우리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 수송에 대한 보험 제공을 중단키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란 제재에 대해 강경 입장인 프랑스와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큰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상대로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 열릴 ‘P5+1(UN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과 이란 간 협상에서 해법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제재 조치를 피하기 어렵다.
앞서 EU는 지난 1월 외교장관이사회에서 대이란 제재를 결정하고 3월 이행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오는 7월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이란산 원유 수송수단에 대한 보험제공도 거부키로 했다.
현재 전 세계 원유 수송과 관련된 보험은 유럽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국내 정유사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마찬가지로 원유 수송과 관련해선 영국이나 EU 보험업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사고배상책임(P&I) 보험의 경우 위험도와 배상금액이 커서 국내 보험사를 통해선 힘들다.
하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해당 선박이 외국 항구에 입항이 어려워 정유사 입장에선 보험가입은 필수적이다. 이번 EU 제재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까지 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국내 정유업계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업체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0%, 18% 정도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이란으로부터 수입한 원유 비중은 전체의 9.8%로 사우디아라비아(31.4%), 쿠웨이트(12.3%), 카타르(10.0%) 등에 이에 네 번째로 높다.
정유업계에서는 유조선에 원유를 싣는 선적과 원유 수송 기간을 감안하면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효과는 7월부터가 아니라 5월말 선적분부터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으로 국내 휘발유 소매가격이 리터(ℓ)당 100원 정도 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금껏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의 예외 인정을 받으려 했으나 유럽 보험사들의 보험 제공 중단에 원유 수급 정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 관련 지경부 관계자는 “EU의 보험 제공 중단 결정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주도록 논리적으로 EU에 전달했으나, 아직까지 어떠한 공식적 입장도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보험 제공 중단은 오는 6월25일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방침으로 그 전까지 정부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