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글로벌 상품시장 허브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 상품 중개업체인 트라피규라가 본사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라피규라의 본사 이전은 싱가포르가 글로벌 상품시장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스위스의 지위를 흔들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이미 아시아 원유 매매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의 빠른 경제 발전과 세금 혜택 등을 무기로 다른 상품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싱가포르는 제네바와 런던·뉴욕·휴스턴에 이어 세계 4위 원유 중개허브로 전세계 원유 거래의 약 15%가 싱가포르에서 일어난다.
농작물 거래에서는 20% 비중으로 제네바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상품 매매 부문 종사자가 전년보다 17% 늘어난 1만2000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글로벌 메이저 상품중개업체들이 싱가포르에서 올린 매출만 1조달러(약 1164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트라피규라의 피에르 로리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그동안 유럽에 치중해 있었지만 상품 수요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아시아의 고객들에 더 가깝게 다가가길 원한다”고 이전 이유를 설명했다.
싱가포르가 무역 중개업체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은 5%에 불과해 스위스 제네바의 10%, 영국의 24%보다 훨씬 낮다.
굴지의 에너지업체들 역시 싱가포르에서의 사업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은 올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던 석탄·철광석 마케팅 허브를 폐쇄하고 선임 트레이더들을 싱가포르에 배치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앵글로아메리칸도 싱가포르에 신규 상품매매 허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올램과 노블그룹, 윌람 등 글로벌 메이저 농산물 중개업체들은 싱가포르증시에 이미 상장했다.
상품업체 임직원들은 싱가포르는 낮은 세금뿐 아니라 주변국에 비해 친기업적인 규제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사무실 직원 인건비는 스위스보다 낮고 우수한 인재를 얻을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해외투자청의 케이시 라이 부청장은 “우리는 상품 거래 서비스를 위한 금융과 보험, 물류, 화물운송, 인력 등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