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는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천명했던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년째다.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이끈 지 25년이 되는 해기도 하다.
이 회장이 귀국 길에서 화두를 꺼내진 않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에서 느낀 점과 일본 지인들과 만나 공유한 생각을 바탕으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새로운 해법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방문해 주요 기업 오너들과 관계·학계 인사들을 만나 유럽 현지의 경제 상황과 동향을 살폈다. 삼성의 현지 법인장들을 불러 현장경영회의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길에는 일본에 들러 지인들을 만나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한 생각과 전망을 공유했다. 이 회장은 “유럽은 생각한 것 보다 조금 더 나빴던 것 같다”면서 “우리에게는 직접적인 큰 영향은 없는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에는 조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일본에서도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옛날과 달리 일본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여전히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하고 나라의 복지를 많이 기대하고 이런 점에서 유럽이나 일본이 다 어렵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이 진단을 끝낸 만큼 어떤 처방전을 내놓을 지가 주목된다.
우선 윤리문제를 다시 끄집어 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6월 이 회장이“삼성이 자랑하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고 말한 이후에도 잇달아 윤리적 해이 사건이 터졌다. 지난 3월에는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 방해와 관련, 크게 화를 내기도 했다.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신성장동력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LED, 태양광 등 신사업에 대한 전략 수정 혹은 M&A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주축이 된 자동차 배터리·반도체 및 전장부품 등 차세대 성장동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특허전 합의를 위해 팀 쿡 애플 CEO를 만나고 25일 귀국하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에게서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후 대응 방안을 결정, 고강도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도 관측된다.
이재용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자녀들의 경영 행보에도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재용 사장은 장기 출장 중인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이부진 사장도 이 회장과 함께 유럽을 방문,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적으로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이맹희 씨와의 유산상속 분쟁 등 여러 악재가 있다”며 “이런 가운데 삼성이 흔들리지 않고 이 회장 스스로도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강력한 화두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