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안개 속 행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30일 예정된 부산대 강연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주제를 갖고서다. 이는 그가 2004년 출간한 책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가치와 원칙을 얘기하겠단 거다. 강연 내용을 통해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한국사회 진로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원칙을 밝히는 자리가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대선주자들은 벌써 경선 출마를 선언했고,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진 가운데 안 교수가 어떤 내용으로든 입장 표명을 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대권 도전에 대한 그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두고 비판여론이 형성된 상황이다.
부산대 강연에서 대선 출마에 관한 직접적 발언은 나올 가능성은 없겠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발언보다 진전된 형태의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대선 지지율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주자로서 정치적 존재감을 각인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총선 이후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과 대선 지지율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뒤져 있단 점에서도 가시화된 대중적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메시지의 수위는 본인의 주체적 판단이겠지만, 이전보다는 진일보한 정치적 대선 참여가능성의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안 교수는 본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정치적 압박을 완화해야 할 과제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두 가지 상충된 과제가 충돌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했다.
신당 창당 여부도 주목된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출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자신의 재단에 김대중계 박영숙 전 의원을, 개인 대변인에 친노무현계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임명한 건 범야권후보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그러면서 정중동의 행보를 통해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 자신의 측근을 범야권 출신으로 꾸려 사실상의 대권 행보 공식화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거다. 그동안 발간을 미뤘던 자전적 에세이도 이르면 다음 달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