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기부양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투자 프로젝트 승인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차이나데일리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과잉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승인을 미뤄왔던 기업들의 공장 증설 등 투자계획을 이달 들어 잇따라 승인했다.
공항과 도로 등 인프라 확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최근 간쑤·하이난·헤이룽장 등 지방의 공항 건설을 승인했다.
국가통계국 산하 중국경제경기점검센터의 판젠청 부주임은 “중국 기업의 핵심 문제는 과잉생산에 따른 경쟁 과열”이라며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앞으로 중국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를 섣불리 진행하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판 부주임은 “부동산 정책을 완화하면 다시 집값이 뛰고 정부가 거시경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부양책보다는 신중한 정책 판단과 함께 기존 정책의 조기 집행이 이뤄져야 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티븐 그린 스탠다드차타드(SC) 이코노미스트는 “새 부양책이 민간 부문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2008년 4조위안(약 742조원) 규모로 펼쳐졌던 부양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리강 호주뉴질랜드(ANZ)뱅킹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다시 펼칠 것이 아니라 서민주택 확대 등 기존 정책을 조기 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기부양책 도입 자체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롬바르드스티리트리서치의 찰스 더마스 회장은 “중국이 부양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중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피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부양책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투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소비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차이나데일리는 전했다.
알리안츠그룹의 마이클 하이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정부가 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면 투자 대신 소비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의 70%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 GDP에서 투자는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