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제6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세계 최고 권위 영화제다. 전 세계에서 추리고 추린 22개 작품만이 본선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 22개 가운데 우리 영화 두 편이 올랐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다.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다. ‘투 상수’라 부르며 수상 가능성이 크다고 별의 별 예측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임 감독의 ‘돈의 맛’에 거는 기대가 너무도 컸다. 홍 감독의 경우 이미 8번의 칸 레드카펫 경험을 갖고 있다. 자본과 흥행 그리고 대중성에서 거리를 둔 그의 성향을 고려했을까. 홍 감독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반면 임 감독은 달랐다. 그 역시 불편한 진실에 포커스를 맞추는 이른바 ‘비 흥행 감독’임을 고려하면 호들갑에 가까운 관심이 집중됐다. 홍보 마케팅이 우선 그 불을 당겼다. 칠순을 바라보는 윤여정과 30대 김강우의 파격적 베드신이 이용됐다. 자극적 소재를 잘 다루는 임 감독의 성향으로 볼 때 충격적 영상이 기대됐다. 동년배의 백윤식은 필리핀 여배우와 전라 노출을 감행했단다. ‘이거다’라며 홍보 자료가 쏟아졌다.
개봉 전 언론 공개 뒤 세뇌된 여러 언론이 앞 다퉈 ‘돈의 맛’ 호평을 쏟아냈다. 때를 맞춰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언급한 “최고의 미장셴”이란 말도 인용됐다. 영화사는 현지 공식 스크리닝(상영회) 일정을 두고 “수상 가능성을 염두한 영화제 측 배려”라고 언급했다. 폐막 하루 전 상영회가 잡혔기 때문이다.
자, 임 감독 입장에서 보자. 들뜰 만하다. 주변의 부추김이 계속됐다. 그 역시 자신감이 충만해져 갔다. 공식 기자회견에선 “백인을 공격하는 영화를 찍겠다”며 폭탄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백인들의 안방에서 백인들에게 선전 포고를 했다. 얼음처럼 굳어버린 현장 분위기는 불을 보듯 뻔했다.
상영이 끝난 뒤 7분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 역시 수상 청신호로 해석되며 현지 발 국내 언론의 기사가 쏟아졌다.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국내 기자들의 현지 취재를 협찬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영화의 신’이라도 김칫국을 들이킬 수밖에 없다. 결과로만 보자면 진짜 김칫국이었다. ‘자본주의의 타락’이란 전 세계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아이템을 너무 국내 정서로 풀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지 언론은 “스토리는 없고 미장셴만 있다”며 혹평했다.
결론이다. 욕심이 앞섰고, 사심을 너무 드러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는데 빨리 달라고 보챈 격이었다.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에 빠지는 엉성함을 보였다. 달고 달은 칸의 눈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지 않은가.
한국영화의 격상을 높인 결과물이라고 호들갑을 떤 이번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격하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