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5500배 넘는 자금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
부풀리기식 파생상품 개발 금융위기 초래한다
증권사들이 파생상품 개발 과정에서 당초 취지인 자금중개 역할보다는 이익을 취하는 데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실체 없는 파생상품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파생상품시장이 개미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맨들이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의 위험 회피(헤지) 기능을 외면한 채 투기 시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증권사들이 너무 새로운 구조화 파생상품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며 “증권사들의 본래 기능인 자금 중개 역할과 기업의 성장을 도와 이익을 취하는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파생상품시장은 헤지 기능을 잃은 채 투기 시장으로 변질돼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만 부풀리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자신의 배만 채우려고 하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기업을 성장시킨다면 개인투자자들도 같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내파생상품 전체 거래대금은 2005년 4560조원에서 매년 급성장하며 지난해 1경6442조원으로 6년만에 260.57% 급증했다. 올해 장내파생상품 거래대금은 18일 현재까지 6187조원이다. 장외 파생상품시장까지 합칠 경우 지난해 파생상품시장에 약 7경 가까운 돈이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237조원의 5500배가 넘는 금액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던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망각한 채 새로운 구조화 파생상품 개발에 집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채권 발행과 파생금융상품을 결합한 상품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실체 없는 파생상품 개발은 결국 국내 금융시장에 핵폭탄으로 작용할 위험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이 버티고 있는 파생상품시장은 결코 개인들이 뛰어들 시장이 아니다”라며 “현재와 같이 부풀리기식 파생상품을 계속 키울 경우 국내 금융시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증권사들의 자정 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