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 불황의 대명사로 굴욕이 이어졌던 일본 경제가 최근 다시 뜨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이 글로벌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부상하는 단골 용어가 있다.
장기에 걸친 불황을 일컫는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이다.
과거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1980년대 중남미 등지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직후부터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을 빗대면서 아예 일본식 장기 불황을 비유한 말로 정착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 진행형인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도 잃어버린 10년으로 대변되고 있다.
일본은 나아가 버블이 붕괴된 지 20년이 훌쩍 지나면서 최근에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980년대 호황기에 낀 거품이 1990년대 들어 꺼지면서 일본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무너졌다.
일본 정부는 이들이 남긴 부실 채권을 처리하고 침체된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은 크게 악화했다. 장기적으로 일본의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고 성장력을 무디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이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었다.
2000년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잃어버린 10년은 종지부를 찍기에 이른다.
고이즈미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뼈를 깎는 고강도 개혁에 나섰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고이즈미 총리의 성역 없는 개혁은 일련의 성과를 거둬 정권 후반부터 경기는 서서히 살아났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는 살아나던 일본에 또다시 치명상을 입혔다.
연이은 유럽발 재정위기는 3년째 지속되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3월 동일본 지역을 덮친 대지진·쓰나미는 일본의 산업계를 초토화시켰다.
그러나 전화위복, 암울하기만 했던 일본 경제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지난 2011 회계연도 4분기(2012년 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예상 외 호조를 보였다.
실질 GDP 성장률은 속보치는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도 뛰어넘었다.
대지진 피해복구 수요가 경기를 자극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최근에는 양호한 펀더멘털과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주식시장도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1~3월 일본 증시는 1988년 이래 최고의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도쿄증시의 주요 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작년 11월부터 올 3월 말까지 23% 상승해 작년 여름 이래 처음 1만엔대에 올라섰다.
현재 시점에서는 낙관론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이 불황을 진정으로 극복하고 회생했는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국가부채는 GDP의 220%에 육박한다.
작년도 4분기 GDP 호조는 기저효과에 따른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끈질기게 계속되는 엔고로 수출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정부의 리더십 부재로 서민들이 저축에 열을 올리면서 소비는 부진, 디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축배를 들기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일본은 여전히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
이것이 일본의 상황을 잃어버린 20년으로 진단하는 이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에 이어 유럽 등 서방 선진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경제의 힘에 대해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식 경제해법이 전세계적인 대공황을 막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