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가 고향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모(10)군.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군은 같은 학년 베트남 어머니를 둔 한 친구와 매일 붙어다닌다. 하지만 요즘들어 학교 다니기가 싫어졌다. 같은 다문화 가정 자녀이지만 친구보다 더 많은 놀림을 받고 있다. 서남아시아 계통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탓에 김군은 다른 다문화가정 자녀보다 피부색이 유난히 검고 생김새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 경기도 안산에 사는 A(17)군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어머니를 따라 이곳에 정착했다. 결혼이민자가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해 본국의 자녀를 한국으로 데려온 ‘중도입국자녀’다. 올해 고등학교에 재입학했지만 피부색이 다름은 물론 한국말에 서툴러 쉽게 어느 순간 반의 왕따가 돼 있었다.
혼혈인, 외국인이라서 받는 차별,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다. 특히 미국계 혼혈이나 백인들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만 유색인은 반감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후진국에서 왔다는 편견은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또 같은 아시아인이라 하더라도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서남 또는 남부아시아 출신 부모를 둔 다문화 자녀는 피부색이 크게 다르다는 이유로 더 큰 차별감을 느끼고 있다.
부모가 차별받는 중국동포나 동남아시아인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그나마 낫다. 이들보다 더 두터운 사회적 편견에 맞서 한 번 더 상처 받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의 재혼으로 한국에 온 중도입국자녀나 이주노동자 자녀가 바로 그들이다.
이현정 서울온드림다문화가족교육센터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데려온 ‘무비자’ 아이들은 우리말을 거의 못해 한국식 교육체제에 적응하기가 몇 배 더 힘들다”며 “특히 부모의 결혼으로 중도 입국하는 사춘기 10대 아이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기 일쑤며 한국말과 문화에 서툴러 새로운 가족 간의 불화도 잦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금체불과 차별에 두 번 우는 외국인노동자 =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0년 기준 국내 인구의 2.5%인 13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이주노동자 수는 3~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최대 1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는 중소제조업 현장에서 핵심 산업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위 3D 업종이라 부르며 제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꺼리는 한국인들의 인식 탓에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 가동이 어려운 업체가 한둘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 역시 다문화를 둘러싼 이중적 시선에 시달린다. 외국인 근로자이 만들어가는 다문화와 사회적 기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에서 결국 한국 대졸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밀려 취업에서 후순위로 전락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또 불법체류자로 인해 국내 3D 업종의 노동력이 과잉공급돼 임금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헌 안산 이주민통역지원센터 상담팀장은 “외국인 근로자 한달 상담건수 중 40%를 차지할 정도로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문화적인 몰이해와 이로 인한 반(反)다문화 감정으로 갈등으로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큰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몽골인은 머리만지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고 무슬림인 파키스탄인은 돼지고기를 먹기 꺼리지만 이러한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국동포가 겪는 상실감은 더욱 크다. 김 팀장은 “조선족들은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차별받는 것도 모자라 고국에서조차 푸대접받는 현실에 한 번 더 좌절한다”고 말했다.
다문화는 이제 더는 거부하거나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전한 이주민에 대한 편견은 사회 결속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어릴 적부터 외국인 인권 존중과 함께 다른 문화에 대해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다문화 감수성 교육이 선행돼야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점진적으로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