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국세청은 지난 달 국내에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이 한 푼도 없는데도 해외를 자주 드나들던 전 대기업 사주 A씨를 적발했다. 조사결과, A씨는 배우자 명의로 된 고급빌라에 거주하면서 해외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즉각 A씨에 대해 출국규제 조치를 내린 뒤 숨긴재산 추적을 실시한 끝에 그가 조세회피 지역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1000억원 상당의 내국법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국세청은 A씨가 체납한 163억원의 세금을 전액 국고로 환수키로 했다.
국세청과 마찬가지로 관세청도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역외탈세 차단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관세청은 지난 4월 국내 굴지의 선박회사인 A사를 재산국외도피 등 불법 외환거래 혐의를 포착했다. 범칙 금액 만도 2000억원에 이른다.
관세청에 따르면 A사는 국내 법인자금으로 구입한 선박의 운항수입과 선박 매각대금 등 약 570억원을 싱가포르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의 비밀 계좌에 은닉한 후 은닉 자금 중 400억원 상당을 세탁, 불법 반입했다.
이밖에도 관세청은 명품 의류수입상인 B사가 홍콩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후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문제는 과세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에도 불구하고,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세금탈루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2건 156억원에 불과했던 페이퍼컴퍼니 관련 불법외환거래 적발액은 작년 말 현재 7건 1조2302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세금탈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는 페이퍼 컴퍼니가 주로 자본 이동이 손쉬울 뿐만 아니라 기업 설립이 쉬워 세금 부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조세피난처 국가들에 많이 설립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세청은 앞으로 집중적인 자료수집과 분석을 통한 페이퍼 컴퍼니 악용 불법외환거래에 대해 대대적인 기획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반면 국세청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해외자금유출과 특수관계 법인과의 가장거래 등 신종 수법을 동원해 재산을 숨기고, 호화생활을 누리는 체납자들에 대한 조사를 대폭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를 보면, 역외탈세 차단을 위한 과세당국의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다. 하지만 아직도 과세당국이 가야할 길은 멀다. 역외탈세범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세금을 안 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역외탈세범의 세금탈루 의지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경한 과세당국의 의지와 고도화된 세정기법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조세정의는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