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재정고갈 문제가 현실화 됨에 따라 정부가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지원정책을 현행 전면적 지원 방식에서 선별적 지원으로 전환할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3일“지금과 같은 제도라면 재벌가의 아들과 손자에도 정부가 보육비를 주게되는데, 이것이 공정한 사회에 맞는 것이냐”며 “재벌의 손자에게 돌아가는 보육비를 줄여 양육수당을 올리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지 않냐는 차원에서 보육지원 체계 재구조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보육료는 만0~2세, 5세 영유아의 경우 종일제를 기준으로 전액 지원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3~4세 유아에게도 보육비가 전액 지원되고, 양육수당도 소득 하위 15%에서 70%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시사함에 따라 현행 제도의 수정 가능성은 커졌고, 아울러 내년 예정된 만0~5세에 대한 차등 없는 보육료 지원의 전면 확대 계획도 장담하기 어려워 졌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체계 재수정 방침은 지난달 13일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개최한 복지분야 공개토론회에세 제기된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토론회에서 기재부와 KDI는“전 계층에 대한 획일적 무상보육 지원정책을 선별적인 집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소득계층별로 보육료 지원을 차등화 하는 방식과 집에서 키우는 영유아에게 지원하는 양육비를 보육료 수준으로 늘리고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이대로라면 고소득층에 대한 보육비 지원을 없애거나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을 늘리고, 내년부터 소득 하위 15%에서 70%까지 확대 지원되는 양육비를 보육료 수준으로 늘려 어린이집에 대한 과수요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제도 시행 4개월만에 정부가 입장을 급선회한 이유는 영유아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복지분야 국비지원액은 총 12조70000여 억원. 이 중 영유아 보육료 사업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2조3000에 달한다. 복지분야 국비지원액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만0~2세 영유아 보육비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 역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부자동네인 서울 서초구가 오는 10일이면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이 난다. 지자체는“당초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원키로 했던 보육료를 만0~2세 영유아 전체로 늘리면 7200억원의 추가 재정 부담이 생겼다”며 중앙정부에서 지자체 보육비 부족분을 부담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올해 지방정부의 부족분을 지원하는 것은 현재로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의 일부를 중앙정부가 지원함으로써 도와주는 것은 조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정책에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는 부모들은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만2세 쌍둥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박연경(34)씨는“제도 시행 초기부터 보육료 중단 얘기가 계속되는 등 부모들이 보육료 지원이 언제 끊길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내년부터 누리과정을 포함해 만0~5세 영유아 무상보육 과정이 완성된다고 하지만 이런식으로라면 과연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