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불광동에 사는 박상원(가명·38)씨는 지난 3월 전세를 재계약 했다. 전용면적 85㎡ 이 집의 2년전 전세보증금은 2억원이었다. 그 새 전세 보증금은 3000만원이 올라 2억3000만원이 됐다.
그는 목돈이 없어 보증금 1000만원을 올리고, 나머지를 월세(20만원) 내기로 했다. 박 씨는 “목돈 마련도 쉽지 않고 집주인도 요구해 보증부월세(반전세)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줄고 보증부월세가 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지난해까지 서울과 수도권에서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택이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전·월세난이 일어난 원인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렸기 때문이란 얘기다.
서울 강남에서 경기도 분당과 용인 등으로 전세 수요가 확산되고 아파트 거주자들이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등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난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해 전세난이 심했다.
이 여파로 전세가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체 임대차 계약건수 11만8100건 가운데 월세 계약건수는 4만800건에 이른다. 보증부월세 비율이 35%에 달하는 것으로 임대차 계약 세집 중 한집 이상이 보증부월세로 계약을 맺은 셈이다. 보증부 월세 비율은 정부가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 1월에는 1월에는 3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반전세(보증부월세) 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도 5% 안팎의 수익률을 거둘수 있어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은행 예금 이자율이 3~4%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을 수익형으로 전환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 소장은 “임대사업 기준이 5가구에서 1가구로 줄고 오피스텔도 매입임대주택 등록이 가능해 지는 등 전반적으로 임대사업을 활성화하는 분위기”라며“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가 약화되고 저금리 시대에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월세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이 대거 공급되는 등 소형주택 부족난이 해소되고 임차인들이 월세를 기피하는 성향이 여전히 강해 전세 시장이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는 진단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