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운동장이나 주변 인도에는 항상 현수막으로 넘쳐난다. 대부분 시위용으로 제작됐거나 집회가 끝난 이후에 철거하지 않은 채 그냥 내버려진 것들이다. 1년 365일 내내 시위가 그칠 날이 없어 과천청사 주변과 과천 시내의 현수막이 사라지면 오히려 시(市)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과천청사에서 시위를 벌이거나 관련 현수막을 거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 사람이다. 시민이나 공무원들은 청사 운동장의 대형집회 때문에 불편을 겪고,항상 시가지에 내걸린 현수막이 도시 경관을 해친다며 볼멘 소리를 해왔다.
하지만 정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 3~6개월을 남겨두고 현수막은 더 늘어났다. 현수막을 내건 사람들도 외지인이 아니라 과천 시민들이다. 현수막 노이로제에 걸려 있던 이들이 시내 곳곳에 서슬퍼런 문구를 걸어놓은 이유는 뭘까?
시민들은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으로 과천 경기가 고사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거리 곳곳에는 청사 이전과 입주 시기의 공백으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정부에 성토하는 문구가 가득하다.
여인국 과천시장은 지난 달 기자회견을 갖고 과천청사 이전 및 리모델링에 따른 공동화 방지대책을 정부에 강력 촉구하기 까지 했다.
여 시장은 “새로 입주할 기관들의 사무실 리모델링 기간이 1년이나 걸리고 소요예산도 수백억 원이 투입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과천청사의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시민들의 생계가 위협받을 뿐 아니라 막대한 국가예산을 리모델링에 사용하는 것은 정부가 앞장서 초호화청사를 조성한다는 국민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동화에 대한 대책으로 관내 업체의 부가세 완전 면제, 신규기관 입주 완료시까지 청사 구내식당 잠정폐쇄, 리모델링 공사의 관내 업체 참여 보장, 지역상인들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시민들도 공백 기간 단축을 위해 투쟁 모드에 들어간 지 오래다.
같은 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정부과천이전 과천시공동대책위원회 김영태 공동대표는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관내에 살아남을 업소는 얼마 안 되고 부동산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상태를 초래한다”면서 공백화 기간 단축을 요구했다.
오는 10월부터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이 과천을 떠난다. 빈 자리에는 다른 부처들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이 입주하기 까지는 리모델링 후 1년이 넘게 걸릴 수 있다. 공무원 외상값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온 과천 상인들이 이번에는 정부 이전에 따른 깊은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