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을 번다’는 속설이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면 이 같은 속설이 들어맞는다. 자산 가치의 자연스런 증가와 더불어 사업수완을 갖춘 신흥부자까지 등장하면서 부자 수는 증가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자(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개인)는 지난 5년 간 2.1배 증가했다. 국내 부자는 지난해 말 기준 14만2000명이다. 2006년 6만8000명에 비해 7만4000명 늘었다.
우리나라의 부자 수 증가는 금융위기 때 주춤했다. 2007년 8만5000명에서 2008년 8만4000명으로 소폭 줄었다. 금융가치가 폭락한 된서리는 이들도 피하지 못했다.
MB정권에서의 부자의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서울의 비중은 감소 추세에 있는 반면, 영남 지역은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2009년 서울 지역의 부자 비중은 49.6%에서 2010년 48.4%, 2011년 47.9%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2009년 12.0%, 2010년 12.3%, 2011년 12.9%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김예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많이 내렸지만 부산 등은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부동산 자산이 일부 금융자산으로 이동하거나 영남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새 투자를 원하는 부자들이 이전한 영향 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11년 6월=100)는 106.6으로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북(8.6%), 경남(4.3%)도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에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 추세 있다. 지난 6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8.7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3% 하락했다.
부자들의 자산 중 60%가 부동산인 것을 고려하면 부동산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가 들어선 충청지역의 경우 부자 비중이 4.8%로 2009년과 2011년이 같다. 세종시와 함께 주변 거주지의 입주로 자산을 크게 불린 이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강원·제주 지역의 경우 2011년 부자 비중이 2.1%로 가장 적었다. 그 다음로는 광주·전라(4.6%)가 차지했다.
부자의 비중이 답보 상태이거나 감소했다고 해도 부자 수 자체가 줄은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부자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비중에 대한 무게추가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지역 부자는 2009년 5만3300명에서 2011년 6만8100명으로 27.8% 늘었다. 같은 기간 부산은 8200명에서 1만1700명으로 42.7%, 광주는 1700명에서 2400명으로 41.2% 각각 증가했다.
도별로는 지난해 말 기준 경상도의 부자는 7400명으로 2009년과 비교해 37.0% 늘었다. 전라도는 같은 기간 2900명에서 4300명으로 48.3%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가장 많이 몰려있었다. 강남 3구의 부자 수는 2만6000명으로 우리나라 부자의 18.3%가 강남 3구에 집중돼 있다.
강남 3구 중에서도 서열이 있다. 1위는 강남구(1만800명), 2위는 서초구(8300명) 3위는 송파구(6500명)였다. 강남 3구를 제외하고는 양천구(3900명), 용산구(2900명), 영등포구(2900명), 광진구(2600명)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 역시 부자의 지역적 쏠림 현상이 약화되고 있었다. 강남 3구 비중은 지난 2009년 39.2% 였으나 2011년에는 37.8%로 하락했다.
과거 10년 대호황 국면을 맞았던 강남 부동산의 거품이 걷히면서 부자들의 투자처가 강남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