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자살에 대한 보험의 무보장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자 서민단체와 보험가입자들은 ‘편의주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보험사의 인수·지급 심사 강화는 외면한 채 보험가입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위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자살할 경우 보험금을 주지 않는 면책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보험사기 대책방안을 내놨다. 금융위는 향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험금을 아예 주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매년 자살이 증가해 보험금 지급액이 2006년 562억원에서 2010년 1646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면책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회사경영에 도움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자살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보험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면책기간을 더 늘리거나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는 “모든 보험가입자를 잠재적인 보험사기 용의자로 여기는 게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살과 보험사기와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살면책 기간을 연장하는 건 자살예방 효과도 없을 뿐더러 유족의 생활만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험금 지급액이 증가 한 것을 두고 모든 책임을 보험가입자에게 전가시키는 건 무책임한 자세라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월별·분기별 실적이 떨어졌을 경우 이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일정기간을 정해놓고 인수심사 기준을 대폭 낮춰 절판마케팅을 실시한다” 면서 “보험금이 많이 나간다고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한 채 자살한 당사자와 유족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는 건 또 다른 모럴 해저드”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자살면책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은 보험사기를 빌미로 소비자에게 보험금지급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의 생활만큼은 보장해주는 게 생명보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한 교수는 “가뜩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데 정부가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긴 커녕 보험가입자들은 사기꾼으로 몰아부치며 기업편에 서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