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충분한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영유아에게 정부가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김인경 KDI 연구위원)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시작됐어도 대국민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정광진 한국어린이집 총연합회 회장)
재정고갈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0~2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이 결국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토론회를 열고 사실상 0~2세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수정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9월 국회 예산안 제출 때까지 현행 제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등의 입장차가 여전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오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정부와 학계, 연구기관, 학부모 등이 참여한 가운데‘보육제도 개선방향 공개토론회’를 열고 현행 0~2세 무상보육 정책에 대한 수정안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서문희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 실장은 “현재의 정책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부모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양육수당 혜택을 보육료 지원 대상만큼 확대해 부모의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실장은 “이 외에도 하위 70%는 보육료를 전액지원하고 30%는 절반만 지원하는 안, 소득 90%에게만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안 등이 논의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조남권 복지부 보육정책관은“상위 1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을 보육료 지원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구현의 과정에서 소득조사 등 행정비용이 더 많이 든다”며 “현실적인 대안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등지원의 경우 하위 70%를 전후에서는 소득수준이 매우 촘촘해 가처분 소득의 역전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경 KDI 연구위원은 정책의 방향을 선별지원으로 틀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위원은“교육에 대한 투자는 취약계층, 조기에 행할 수록 투자 대비 성과가 높다”면서“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취약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원되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또 현재의 제도 개선 방안으로 보육료 지원형태를 현행 종일제에서 시간제로 단축하는 것을 제안했다.
문제는 보육의 질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완정 인하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조사에 따르면 영아기 때 시설보육을 받았는지 가정양육을 받았는지에 따른 발달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문제의 핵심은 장소가 아닌 보육서비스의 질로, 모든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쏟아져 나오는 현재의 상황에서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가능할런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상보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문제에 관한 논의도 진행됐다. 조경규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현재의 혼란을 야기한 데는 정부가 처음부터 정책을 촘촘하게 설계하지 못한 잘못도 있다”며 “올해 초과수요나 초과재정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협의해 어떤 형태로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심의관은 또 “9월 정부 예산안 제출시까지 국민과의 신뢰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의 최대공약수를 찾아 내년도 보육정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육재정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시도지사협의회는 여전히 난색을 보였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책임연구위원은 “갈수록 세출은 늘어나는 데 비해 세입은 감세 정책 등으로 줄어 매년 6조원 가량 적자가 나고 있다”며 “보육재정은 가능하면 국비사업으로 해달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올해 보육중단을 막으려고 예비비 등을 투입해 28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지자체는 추가예산이 없어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의견을 기획재정부와 검토, 논의해 내년 보육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