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잔할까, 272명의 글로 엮은 '나의 인생론'

입력 2012-07-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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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톨스토이·카뮈…비선형적 독서의 결과물

▲엘리엇 부 지음/지식노마드 펴냄/1만8000원
섬뜩하다. 책 제목이. 아니, 희화(戱畵)스럽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가 한 말을 인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엘리엇=“(회사에서) 아빠야, 면희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면희=“그럼 일 쪼금만 하면 되잖아.”

이것이 발단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삶의 우선 순위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나는 고객이 싫다. 나는 바쁜게 싫다. 나는 가족을 사랑한다. 나는 친구가 좋다. 나는 읽고, 쓸때가 즐겁다.

이렇게 인생의 나침반을 정하자 그는 비즈니스맨에서 손을 털었다. 그래서 다독했고, 써내려 갔다. 그런데 절묘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말인데 파트별로 앞뒤 문장이 잘 맞아 떨어진다. 책은 머니, 라이프, 신(神·god), 아트, 스테이트크래프트(국정 운영 기술), 앵자이어티(불안감)로 나뉘어져 있다. 저자가 많다. 엘리엇 부외에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해 톨스토이 등 272명이 공동저자다.

저자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을 나왔고, 건축사무소 대표였다. 잘나가던 사업을 접고 어느 날 아내, 딸과 함께 서울을 떠난다. 그리고는 책읽는 즐거움에 빠진다. 특이한 것은 책을 한권씩 읽는 것이 아니다. 20권 정도 쌓아 놓고 그중 한권을 들어 한 장 또는 일부분을 읽고 다른 책을 들어 앞서 읽은 주제와 관련된 장이나 그렇지 않은 장을 읽어 나간다. ‘비선형적 독서(non-liner reading)’다.

괴테가 한말이지만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기고 싶어?’라고 시작한 뒤 ‘피억압 계급은 몇 년에 한번씩 자신들을 대표해서 자신들을 억압할 대리인으로, 지배계층의 누가 좋을지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칼 마르크스)고 이어지고 ‘정부가 기업을 돕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부의 탄압만큼이나 불길한 일이다. 그저 손 놓고 가만히 있는 것이 국가의 번영을 위해 봉사하는 유일한 길이다’(아인 란드)

이렇게 인용한(quote) 것으로 써내려간 글이 무려 700여개다.

▲'낙엽이 꽃이라면, 가을은 두번째 봄이다.'(카뮈·왼쪽) '예술과 예술가는 의미가 없다. 오직 예술품만이 중요한 세상이다.'(미셸 푸코) 엘리엇 부의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잔할까'는 272명의 말을 통해 돈·인생·신·예술·국정운영·불안 등의 주제를 풀어간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자기연민에 허덕이고 있을 때, ‘이런 쓰레기 같은 말은 쓰레기통에나 처박아 버려라. 늘 우리는 벼랑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무조건 뛰어라, 떨어지는 동안에 날개를 만들면 된다.’(레이 브래드버리). ‘아마 이 세상은 다른 행성의 지옥일지도 모르겠다.’(올더스 헉슬리)라고 하는 식이다.

심란한 세상에 절망하고 있을 때, ‘도대체 내가 부시(bush-속어로 보지), 딕(dick-자지), 콜론(colon-똥구멍)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살아야 하다니!’(커트 보네거트) 라며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나는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열렬히 지지한다. 이 둘은 떨어져 있을 때도 우리를 못 살게 구는데, 둘이 함께 손이라도 잡는 날에는 확실히 죽음일 테니 말이다.’(조지 칼린) 라며 주억거리게 한다.

‘세상에는 오직 돈에 쪼들리고 피곤에 찌든 사람뿐이다’(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이라며 ‘바쁜 것으로는 부족하다. 개미들도 충분히 바쁘다. 무엇때문에 바쁜지가 중요하다.’(헨리 데이비드 소로)고 일침을 가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영의 돌팔매와 화살을/ 견디는 것이 더 고귀한가?/ 아니면 불행의 바다를 향해 무기를 들고/ 저항하곤 끝을 내야 하는가?/ 죽는 것은 잠드는 것./ 그뿐이다./ 그리고 잠으로써 우리는 육체가 물려받는 고뇌와 수천의 동요를 끝낸다./ 이것은 열렬히 바랐던 완성./ 죽는 것은 잠드는 것.’(세익스피어-햄릿)으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불행의 이유가 집집마다 모두 다르다.’(톨스토이)면서 ‘진정한 가족을 이어는 끈은 혈통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과 만족이다. 가족이 언제까지나 모여 살 수 없으니까’(리차드 바크)라고 가정사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다섯살때 어머니는 행복이 인생의 열쇠라고 하셨다. 학교에 들어갔을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는 문제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답을 적었다. 학교에서는 내가 숙제를 잘못 이해했다고 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인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엘리엇 부는 = 독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건축가로 베트남에서 ‘지속가능한 천만 명의 수도Great Hanoi(2008)’, 서울에서 ‘Center1(2010)’ 등의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현재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인문공간 정보융합’을 강의하고 있다.

명함에 ‘Husband/ Father/ Scholar’라는 문구가 지금의 그를 말한다. 현재 아내, 딸과 함께 그가 ‘나의 라퓨타’라고 부르는 하와이에 살고 있다. 영원한 독자이자 작가를 꿈꾸는 저자는 융합학자로서 책에 관련한 여러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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