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국회의원연구단체인 ‘한국적 제3의 길’(대표 민주당 박영선 의원) 초청 강연에 나서 이 같이 밝혔다.
먼저 그는 경제민주화의 세 가지 조건으로 △경제력 집중 해소 △공정한 경제활동 제도 정착 △경제주체 삶의 지속적 개선 등을 꼽았다.
이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보니 경제력 집중 문제를 무시하고 공정거래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이는 프로 권투에서 헤비급과 플라이급 시합 붙여놓고 룰 제대로 할테니 게임 잘해 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새누리당보단 진정성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불공평한 게임을 공평하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경제·사회적 약자를 육성하려는 정책들이 보이지 않아 경제성장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 추구는 바람직하지만 정치권에선 성장의 틀을 깨지 않고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원칙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을 위한 수단이고 필요조건”이라며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동반성장을 위해 경제·사회적 약자가 시장의 교환관계에서 대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국가가 정책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면서 △국가 정책결정 과정에 이해관계자 참여 제도화 △국가주도의 중소기업 육성 산업정책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지난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운동에 참여한 데 대해선 안 교수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최태원씨가 그런 일을 안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고, 안 교수도 좀 더 사려 깊었더라면 탄원서를 안 썼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에 살면서 친구가 법정에 갔는데 탄원서 써달라고 하면 나도 안 써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