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유섭 증권부 차장 "제3자 배정유상증자 뒤 숨은 진실"

입력 2012-08-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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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의 제3자배정방식 유상증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기업이 일시적으로 시장 퇴출을 피하기 위해 제3자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방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들어 이달 8일 현재까지 코스피 상장사들이 내놓은 유상증자결정 공시는 대략 56건 정도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9건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치다. 그런데 유상증자 방법을 살펴보면 특이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올해 유상증자 공시 중 제3자배정 방식을 선택한 경우는 55%가 넘는다. 지난해 제3자배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43%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다. 반면 31% 수준을 보였던 일반공모 방식은 올해 절반 수준인 16%로 급감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신주를 받을 특정인 또는 법인을 정해놓고 배정하는 방식이다. 제3자배정방식은 이미 신주인수자가 정해진 만큼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건실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분명한 호재이다. 반면 부실 상장사라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일명 ‘유상증자 꺽기’다. 부실기업이 증시 퇴출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제3자배정방식을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 돈을 청약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법이다. 알맹이가 없는 재무구조가 나오는 셈이다.

또 올해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씁쓸한 방증이기도 하다. 일반공모에 따른 신주가격은 시세 수준을 반영하는데 이는 구주주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나 올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비율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상장사들이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일반공모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상당수의 상장사들이 급하게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3자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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