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의 스마트學]얄미운 대한항공

입력 2012-08-1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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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한국시간) 모스크바를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KE924편은 보이지 않았다.

해당 항공편의 전자항법장치 보조장비에 이상이 생겨 불가피하게 운항이 지연된 것. 이에 따라 해당 여객기는 당초 스케줄보다 약 20시간 지난 12일 오후 8시48분에 모스크바를 출발, 13일 오전 4시25분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예정대로였다면 러시아 관광 및 업무를 마친 승객들은 일요일 오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하루를 쉰 뒤 정상적으로 월요일(13일)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하루동안 지연되면서 일부 승객들은 정상적인 스케줄 소화가 어려웠다.

대한항공은 모스크바 현지에서 교체용 부품을 공수하려고 했지만 부품이 없었고, 대체 항공편도 마련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지연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연운항에 따른 대한항공의 고객서비스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입국비자를 가진 승객들에게는 인근 호텔에서 투숙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통과비자만 보유한 고객들은 공항 밖을 나갈 수 없어 공항 대합실과 라운지 등에서 기내제공용 담요를 덮고 자는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성의 없는 고객응대가 도마에 올랐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식사와 호텔을 제공하겠다는 말만 해놓은 채 몇 시간동안 고객을 공항 대합실에 방치했다는 것이다. 다음 아고라에는 당시의 상황을 촬영한 사진들도 다수 게재돼 고객들의 불편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호텔을 이용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는 1일 숙박비 개념인 15만원을 보상해주겠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제1의 항공사라고 하기에는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 당시 탑승객들의 불만이다.

엄격하게 현행법상 항공사는 정비지연으로 인한 보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항공법 119조2에 따르면 항공기 정비에 따른 지연에 대한 보상 책임은 없다고 명시돼있기 때문.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운항의 특성상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비를 대충한 상태에서 운항을 하다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보다는 다소 지연이 되더라도 완벽한 정비가 선행돼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2~3시간의 지연도 아니고 하루 가까이 되는 시간을 지연한 것에 대해서는 법적 규정만을 운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스카이팀이라는 국제 항공 얼라이언스를 주도하고 글로벌 항공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대한항공이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 또는 스카이팀 항공사로부터 해당기종의 부품을 신속하게 공급받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비에 따른 지연운항에 대한 보상이 법적 의무가 아니라면 철저하지 못한 정비에 대한 책임으로 인한 고객불편은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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