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창원컴텍 한기수 사장은 기업 신용등급 평가 때문에 고민이 많다. 기업의 금융거래에서 신용등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주요 평가기준이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돼 있어 기업의 성장성을 반영하는데는 큰 한계가 있다는 것.
투자를 하면 기업은 지속 성장중임에도 일시적 부채비율 증가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는 설명이다. IT제품의 경우 사이클이 짧고, LED가 성장기 산업이기 때문에 매출 변동이 커 언제 평가하느냐에 따라 신용등급이 A에서 C까지 갈 수 있다.
# 열교환기부품 제조업체인 에스에이에스 박현철 사장은 일선 대출현장에서는 여전히 재무제표에 의존한 대출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문가에 의한 기업의 기술력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생기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이 시작하자마자 금융위기가 닥쳐 재무제표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 그는 창원 기술보증기금에서 기술을 면밀히 검토해 10억 보증서를 끊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기업 신용등급과 관련해 과거의 기록으로만 기업을 평가하는 건 맞지 않다”며 “신용평가기관 및 금융기관 자체에서 재무제표에만 의존한 평가를 개선하는 등 정책적인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수출·투자 금융애로 현장점검 이틀째인 17일 첫 방문지인 창원 산업단지공단에서 김석동 위원장은 대출의 기준이 되는 기업 신용평가에 대한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박영빈 경남은행장은 “신용등급에 너무 의존하다보면 시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실제 지방 중소기업 중에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재무상태가 여의치 않아 정책금융 및 시중은행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은행장은 “경남은행은 기본적인 재무제표와 더불어 중소기업 전담심사위원의 현장탐방 및 오랜 거래관계를 통해 알 수 있는 회사의 성장성 등 비재무적 정보를 신용평가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며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중단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은행의 여러 가지 기술력 평가가 미흡하다고 비판하지만 은행이 모든 기술을 평가하기엔 힘든 면이 있다”며 “이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연계해 대출 심사를 하고 있다. 연계가 잘 돼가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찾아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