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퇴근길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칼부림을 한 김모(30)씨는 실적 저하에 따른 직장동료의 모욕적인 언사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같이 근무했던 전 동료 6명을 죽이기로 마음먹고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씨는 A신용평가사를 그만둔 뒤 대출 관련 회사에 취업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13개월 만인 지난 4월 퇴사,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4천만원의 카드빚을 지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그는 이후 한 통신회사에 취업하려 했으나 신용불량자인 것이 걸림돌이 돼 낙방,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A사의 직원 중 자신을 험담한 6명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하기로 결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경찰에 체포될 당시 현금 200원, 4천원이 충전돼있는 교통카드가 수중에 있는 전부였으며 생계를 위해 노트북 컴퓨터도 팔아야 할 만큼 궁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월 20만원의 신림동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이 6명을 떠올릴 때마다 과도(5개)와 숫돌을 구입해 칼날을 갈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을 험담한 6명은 살인 충동을 느낄 만큼 증오했지만 팀원 중에는 호흡이 잘 맞아 마음이 통했던 사람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검거 직후 '김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고 밝혔지만 조사결과 김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22일 오후 7시15분께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제과점 앞에서 A사의 상사였던 김모(32)씨와 부하 직원이었던 조모(31·여)씨의 얼굴과 목, 배 등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나다가 길에서 마주친 행인 안모(32.여)씨와 김모(31)씨에게도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피의자 김씨는 범행 당일 A사 앞에서 전 직장 동료들을 기다리다 김씨와 조씨가 퇴근하는 것을 보고 115m를 따라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일면식이 없는 행인 2명을 해친 데 대해 김씨는 '마치 날 잡으러 오는 것 같아 흥분한 나머지 찔렀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안씨를 인질로 삼아 자신이 근무했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안씨가 완강히 저항하면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데 실패했다.
김씨는 범행 현장에서 도주하는 과정에서 신고를 받고 오후 7시20분께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10분간 대치한 끝에 테이저건(전기총)을 맞고 검거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민이 김씨를 제압하는 등 피해 최소화와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을 줬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날 중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